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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한·일 관계 파국 직전까지 몰고 간 '지소미아'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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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2016년11월 체결⋯군사정보의 전달·보관·파기·복제·공개 등에 관한 절차 규정
韓·日 국가간 협정⋯ 美는 동북아 한·미·일 안보협력의 축으로 중시
靑 "TISA로 대체할 수 있다" 했지만⋯ TISA는 미국 매개로 한 기관간 약정이라 한계 지적

조선일보

2016년 11월 23일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오른쪽)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가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체결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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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이 종료 6시간을 앞두고 극적으로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균열을 일단 막을 수 있게 됐다. 지소미아의 실효성을 낮게 평가한 측에선 지소미아가 없어도 당장 한반도 안보에 결정적 위협이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지소미아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인 한·미·일 군사 협력의 축으로 평가할 정도로 중요시했다.

정부는 지난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발표하면서 한·일 간 군사 정보 교류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한·미·일 3국 간 체결된 정보공유약정(TISA·티사)이 지소미아를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티사는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데다 미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한국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의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티사는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에 한해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매개로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미국을 매개로 작동하는 만큼 미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한국이 기대하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소미아는 동북아에서 한·미·일 군사협력 축을 구축하려는 미국이 강력히 원해 한·일 간에 체결된 협정이다. 티사로는 한·일 간 군사 정보 교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소미아는 2급 이하의 모든 군사정보 교환이 가능하지만 티사는 핵·미사일 관련 정보만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이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며 철회를 압박한 것도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미국이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17일 태국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 기념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의 손을 잡고 "동맹, 동맹 맞죠?(allies, allies, right?)"라고 했다. 미국이 지소미아를 한·미, 미·일 동맹을 연결하는 축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인터뷰에서 지소미아를 그릇에 비유하며 "한·일이 교환하는 정보의 질에 대한 평가가 나오는 데 지금 그릇에 담긴 밥과 반찬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지소미아 종료는 앞으로 어떤 반찬을 담을지 모르는 그릇을 깨트리는 행위"라고 했다.

지소미아는 한국이 군사 분야에서 일본과 체결한 유일한 협정이다. 이 협정에 따라 한국은 탈북자나 북·중 접경지역의 인적 네트워크(휴민트), 군사분계선 일대의 감청수단 등을 통해 수집한 대북 정보를 일본 측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핵에 관한 기술 제원 분석 자료를 한국에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의 주요 잠수함 기지 동향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분석자료도 일본의 정보 제공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정찰 능력 측면에서 일본과 한국의 격차는 크다. 일본은 ISR(적외선영상) 위성 7기와 1000㎞ 밖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000㎞ 이상 지상 레이더 4기, 공중조기경보기 17대, P-3와 P-1 등 해상초계기 110여대 등의 다양한 정보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북 정보수집을 전담하는 위성은 하나도 없다.

한국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 34개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과도 지소미아를 맺었다. 협정을 체결해도 모든 정보가 상대국에 무제한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사안별로 선별적인 정보 교환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지소미아를 체결했다고 해서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게 아니라, 서로 필요한 정보만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또 지소미아는 정보 제공 방법, 정보의 보호와 이용 방법, 보호 의무와 파기 등 정보 교류의 틀을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지소미아를 체결한 것 자체만으로 민감한 군사정보가 상대국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반면 티사는 국가 대 국가 간 협정인 지소미아와 달리 기관끼리 맺는 약정이다. 이 때문에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다. 지소미아와 비교해 교환되는 정보의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 지소미아는 상대국에서 제공받는 정보를 반드시 보호해야 해서 1급 이상의 정보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반면, 티사는 상대국이 1급 정보를 원한다고 해도 기밀 누설 등의 우려가 있으면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티사는 반드시 미국을 거쳐 정보 공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긴박한 상황이 발생해 신속한 정보 교환이 요구될 때 정보 공유 시간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지소미아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 체결됐다. 북한군, 북한 사회 동향, 핵·미사일에 관한 정보 등을 공유하기 위해 군사정보의 전달·보관·파기·복제·공개 등에 관한 절차를 규정하는 21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부터 검토됐지만 '밀실 추진' 논란이 일면서 서명식 50분 전에 체결을 연기하겠다고 일본 정부에 통보하는 일도 있었다.

지소미아는 체결 당시 현 여권(당시 야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현 경기지사)은 지소미아 체결을 두고 "구한말 무능 황제와 매국노 대신들이 매국조약 체결하는 꼴"이라고 했다. 유시민 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당시 "일본이 얻으려는 것은 북한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사드 레이더로부터의 미사일 탐지 정보"라고 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이날 지소미아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탄핵 직전 도입한 것이라 정통성이 있는 게 아니다"고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지소미아를 일본과의 양자 관계 맥락에서만 접근하는 좁은 인식"이란 지적이 나온다.

[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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