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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토론] 국회의원 수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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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정의당 등 군소 야당들은 국회의원 세비 총액 동결을 전제로 의원 정수를 현재(300명) 대비 10%가량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 측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상호 감시와 견제로 특권과 부패를 통제하기 위해 국회의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국민적 합의 없이 시간에 쫓긴 결정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인구 절벽이 다가오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찬성 / 조성대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소수의 정책결정 폐단 막아 비례대표 늘리는 것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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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자니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그러나 비난을 감수하며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의 대표성 차원이다. 저명한 정치학자 마넹이 주장했듯, 선거로 구성되는 의회는 귀족정 성격을 지닌다. 잘난 사람이 후보로 출마하고 또 유권자도 뛰어난 사람을 뽑고 싶어한다. 결국 돈 많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선출되어 '가진 자'들을 대변하게 된다. 국회의원 숫자가 적을수록 또 1위 대표제로 뽑을수록 계급적 편향은 증가한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는 대표되지 못한다. 따라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적정 수의 의원이 필요하다.

둘째, 특권과 편견 차원이다. 의원 수가 적을수록 의원 한 사람의 정책 결정권은 증가한다. 밀실 야합이나 나눠 먹기도 가능하다. 특권이 증가하며 그만큼 부패하기 쉽다. 반면 적정 수의 의회는 한 사람의 권한이 줄 뿐만 아니라 상호 감시와 견제로 특권과 부패의 통제가 가능하다. 집단지성의 힘도 발휘할 수 있다. 소수의 편견을 다수의 지혜로 교정할 수 있다.

셋째, 시민 감시와 반응성 차원이다. 소수일수록 시민들이 감시하기 어렵다. 밀실 회의를 모니터링하기도 어렵거니와 남들이 감시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무임승차한다. 반면 의원 한 사람이 대표하는 사람 수가 적으면 시민들은 공동체 삶에 관계되는 문제로 의원들을 접촉하고 의원들 반응성은 증가한다. 의원 한 명이 시민 2만8000명 정도를 대표하는 스웨덴 의원들의 검소함과 성실함은 널리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의 의원 수가 적정할까? 한국은 국회의원 한 명이 국민 17만명을 대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너무 적은 스웨덴 등 북유럽 4개 국가와 너무 많은 일본과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들에서 의원 한 명은 국민 10만~14만명을 대표하고 있다. 가장 많은 14만명을 기준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계산해보면 367명 정도가 나온다. 인구가 2000만명에 불과했던 제헌의회 시기 의원 정수가 200명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인구 5000만명 시대에 367명은 결코 많은 편이 아니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준연동형 비례제 안은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 축소에 대한 반대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정치권은 비례대표를 줄여 갈등을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소선거구제는 국민의 대표성을 현저히 위축시킨다. 이참에 비례대표 수를 늘려 적정 수의 의회를 가져보자.

■ 반대 /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인구 줄어드는데 증원은 무리…佛 의원수감축 타산지석 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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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신속 처리 법안 처리가 불확실해지자 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10% 늘리자는 제안이 나왔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현재 253개 지역구를 225개로 줄이는 대신 47명인 비례대표를 75명으로 늘리는 방안이라 초당적인 반대에 표류하면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의원 수를 10% 늘려서 지역구 축소는 최소화하고 비례대표 증가는 최대화해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안은 많은 정당에서 환영을 받지만 국민적 반대를 피하지 못했다. 필자도 이런 식으로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반대한다. 만약 의원 정수를 늘리려면 신속 처리 법안 처리시간에 쫓겨서 시도하지 말고 오래전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이 의원 정수를 늘리자고 제안했을 때부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가며 했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제20대 국회가 지난 4년 동안 일을 정말 많이 해서 국민의 신망을 얻은 뒤에나 말을 꺼냈어야 했다. 그것도 국회가 반성문도 써 내고 개혁안이라도 제시하면서 접근했어야 했다. 이런 의견을 낸 의원은 억울하겠지만 한마디로 역대 최악인 제20대 국회, 그것도 가장 안 좋은 시점에 의원 증원론을 꺼낸 것이다.

필자는 원래부터 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반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국 인구 등을 고려하면 300명 의원 정수가 비교적 적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지역구에 비하여 비례대표가 국제적으로 가장 적은 수준이라 비례대표 증가 필요성도 동의해왔다. 지금은 국민의 반대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 대한 제도 개혁도 필요하다고 본다. 비례대표가 왜 어떻게 정해지는지, 정말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방안이 무색해질 수 있다. 이미 한국은 저출산으로 인구 절벽이 다가오고 수도권에서도 인구가 소멸하는 구·시·군이 줄을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의원 정수를 늘려 놓아도 얼마 못 가서 자신들이 대표할 유권자가 사라지는 일이 곧 속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은 의원 정수를 늘리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회 구성과 선거제도를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의원 정수 감소와 구조조정은 최근의 추세다. 프랑스는 지난해 상·하원 의원 정수를 30% 줄이고 선출직에 대해 3연임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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