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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文대통령 '정시 확대' 발언에 진보 교육감들 일제히 "혼란만 키운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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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진보교육감들과 전교조 등 진보 교육계가 잇따라 반발하고 있다. 전국 4년제 대학도 53%가 ‘정시 반영 비율은 30% 미만이 적정하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정시 확대 정책을 두고 교육부와 대학이 마찰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 시·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은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대입제도개선연구단장인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23일 ‘정시 확대가 가져올 학교교육과정 파행을 우려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김 교육감은 민교협, 박 교육감은 전교조 출신으로 대표적인 진보 교육감이다.

두 교육감은 성명서에서 "문 대통령의 ‘정시비중 상향’에 대한 시정연설에 우려를 표한다"며 "교육부가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대해 정시 수능 비율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 후 정시 비율을 언급하는 것은 학교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정시 확대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며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이 정착 단계에 접어들면서, 교육 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위한 교육현장의 노력이 성과를 나타나고 있는 때에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두 교육감은 "학생부종합전형이 고교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에 기여해온 긍정적 측면을 배제한 채,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정시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교육부가 교육 주체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가 없다"고 했고, 김승환 교육감은 "정부의 갈지자 정책이 혼란만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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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교협 출신인 김석준 부산교육감도 언론인터뷰에서 "(정시 확대는)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공교육 정상화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대통령이) 공정을 언급했지만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불공정성이 없도록 잘 관리해야지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정시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앞서 "개별 대학이 음성적인 고교 등급제를 적용하면서 학종을 특수목적고 학생 선발 도구로 악용하는 데 대해 보완 조치는 필요하지만 이를 일반적인 수능 확대론으로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전날 논평에서 "대통령 발언 한마디로 대입 체제 개편 논의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교육 백년대계라는 차원에서 볼 때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교육적 관점에서 정책을 판단했다기보다 여론이나 지지율 입장에 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정시 확대는) 토론과 발표 위주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것과 평가 방법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학교에서) 교육 과정을 포기하고 EBS 문제풀이를 하는 등 공교육이 파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4년제 대학 53% "정시 30% 미만이 적정"…교육부와 대립할 수도
전국 대학 절반 이상이 정시 비율이 30%미만이 적정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향후 정시 확대를 놓고 교육부와 대학의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대교협이 이달 8~16일 회원 대학 198개교에 적정한 정시 비율에 대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한 대학 89곳 중 52.8%(47곳)가 ‘30% 미만이 적정하다’고 답했다. 34.8%(31곳)는 ‘30% 이상∼40% 미만’이라고 답했다. ‘40% 이상∼50% 미만’은 5.6%(5곳)에 불과했다. 여권 일각의 주장처럼 ‘정시 전형 50% 이상’ 반영해야 한다고 응답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6.7%(6곳)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모집 비율 상향을 포함한 대입 개편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정시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던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정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했고, 교육부도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다음 달 발표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최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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