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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존슨案' 표결도 못했다… 브렉시트, 3개월 연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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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하원, 37년만에 토요일 소집… 구체적 이행 법률 먼저 제정하는 수정안만 상정해 통과시켜

노동당 "합의안, 국민투표 하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EU(유럽 연합)와 타결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이 의회에서 표결에도 오르지 못한 채 보류됐다. 영국 하원은 대신 브렉시트를 어떻게 실행할지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이행 법률들을 먼저 제정하고 마지막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처리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는 추가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선일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9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존슨의 측근인 도미닉 커밍스 총리 수석보좌관을 희화화한 조형물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영국 의회는 이날 존슨 총리와 EU가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해 표결도 하지 않고 보류시켰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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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은 19일(현지 시각) EU와 영국 정부가 지난 17일 마련한 브렉시트 합의안을 표결하기 위해 소집됐다. 영국 하원이 토요일에 소집된 건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전쟁이 벌어진 1982년 이후 37년 만이다. 하원은 토론 끝에 합의안 대신 올리버 레트윈(무소속) 의원이 제출한 브렉시트 수정안을 먼저 표결에 부쳐 찬성 322표, 반대 306표로 가결했다. '레트윈 수정안'은 관세, 시장 규제 등 세부 사항이 담긴 브렉시트 이행 법률을 모두 제정하고 나서 맨 마지막에 합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하자는 내용이다. 합의안을 통과시킨 이후 이행 법률 제정에 시간을 질질 끌거나, 당초 생각한 것과 실행 방안이 다르다며 이행 법률을 반대하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노딜 브렉시트'가 될 위험을 없애자는 취지다. 한마디로 '노딜 방지용 보험'을 들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표결은 실시하지도 못했다. 존슨은 "브렉시트 연장을 요청하느니 시궁창에 빠져 죽겠다"고 공언해왔지만 합의안을 표결에도 부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결국 존슨은 이날 밤 브렉시트 연장을 요청하는 편지를 EU에 보냈다. 지난달 의회가 제정한 '노딜 방지법'이 이날(10월 19일)까지 의회에서 합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총리가 2020년 1월 31일까지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EU에 보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존슨은 연장 요청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해당 서한에 자신의 서명을 하지 않았다. 대신 5쪽짜리 '노딜 방지법' 복사본을 첨부했다. 연기 요청 편지를 보내지만 노딜 방지법에 따른 의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와 별도로 "연기 요청은 내가 아닌 의회의 요청이며, 나는 추가 연기를 반대한다"는 개인 의견을 담은 별도의 편지를 따로 보냈다. 이 편지에는 서명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연기를 요청하는 영국의 편지를 받았다"며 EU 차원에서 논의할 뜻임을 밝혔다.

영국 총리실은 서둘러 이행 법률을 만들고 합의안도 통과시켜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럽 언론은 3개월 추가 연기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브렉시트 이행 관련 법률을 10월 31일까지 모두 제정하기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BBC는 "영국이 추가 연기를 요청하면 받아들이기로 이미 지난 17일 EU 정상회의에서 합의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앞날은 또다시 시계 제로에 빠졌다. 조기 총선을 실시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고, 브렉시트를 놓고 다시 국민투표를 실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존슨이 EU와 타결한 합의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하고 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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