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2 (토)

KBS 시사 프로 개편했지만… 중립성 잃은 건 여전히 똑같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 라이브' 진행자가 출연자에게 "검찰 편 들면 욕먹을 것" 발언

시청자 "노골적 정부 편들기 실망"

조국 전(前)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지난 14일 밤 KBS 1TV '더 라이브'에 나온 한 시사평론가는 "국민 다수가, 아니 절반이 '과잉 수사' '표적 수사'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서 "서초동에 수백만 명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국민 절반' 운운하며 말한 내용이 그대로 생방송 전파를 탄 것이다. 시청자게시판에는 "공영방송이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문제에 대해 매우 편파적으로 피의자 측 대변만 하다니 실망스럽다"는 지적이 올라왔다.

조선일보

"특정 정치 진영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KBS 시사 프로그램 '시사직격'(왼쪽)과 '더 라이브'. /K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김정은 숭배 집단인 '위인맞이 환영단' 인터뷰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오늘밤 김제동' 후속으로 기획돼 매주 월~목요일 밤마다 방송된다. 팟캐스트로 시작해 '저널리즘토크쇼J'로 얼굴을 알린 방송인 최욱이 한상헌 KBS 아나운서와 진행한다. 방송에선 현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의식한 발언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대규모 광화문 집회가 열린 지난 9일 '나꼼수' 출신 김용민이 나와 "이 집회가 헌정 유린 의도를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검찰 셀프 개혁 가능할까'를 주제로 한 17일엔 진행자가 출연자에게 "참고로 검찰 편을 들어주면 욕을 많이 먹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KBS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아무리 우스개지만, 공영방송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면서 "노골적인 정부 편들기가 '오늘밤 김제동'보다 더 심하다"고 했다. 첫날 4.7%(닐슨코리아·전국 가구 기준)로 시작한 '더 라이브'는 17일 2.7%로 시청률이 떨어졌다.

'추적60분'과 'KBS스페셜'을 폐지한 뒤 만든 '시사직격'도 다르지 않다. '검찰 개혁'을 주제로 다룬 4일 첫 방송에서 제작진은 검찰이 특정인에 대해 무리하게 진행한 수사 사례를 열거한 뒤 "검찰 개혁에 대한 열망이 커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18일에는 "(조국 사태로 인한 정치 마비는) 언론들의 잘못이 60% 정도 된다"는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는 조국 사태에 대해 여권이 갖고 있는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청자들은 게시판에 "국민 수신료로 만드는 방송에서 더 공정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KBS 의사 결정권자들이 시청자가 아닌 정권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공영방송에 걸맞은 편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데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구본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