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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턴어라운드 한국조선] 조선업 ‘샴페인’ 이르다… 진짜 기회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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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이어가려면 기술력 확보 필수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IMO2020으로 인한 친환경ㆍ고부가가치선 발주 증가가 국내 조선업계에 호재임에는 분명하다. 각종 지표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 신규 수주는 물론이고 그간 얼어붙었던 고용도 점차적으로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보험 피보험자 기준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15년 18만7652명에서 2018년 말에는 10만7667명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올 7월 말 기준 2800명 가량 증가한 11만470명을 기록했다. 조선업 분야 인력도 지난 4월 전년대비 500명이 늘며 39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그러나 아직 부활의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올 1분기 국가별 수주실적을 보면 한국 조선은 중국 조선에 밀려 또 다시 2위에 머물렀다. 7년 만에 되찾은 1위 자리를 단 1분기 만에 내준 셈이다. 전문가들은 조선 강국으로 부활하기 위해선 기술력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선3사, R&D 투자 지속 하락… 매출액 1%도 안돼

업황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조선 3사의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는 지지부진하다. 2015년 이후 수주 보릿고개를 겪은 조선업계가 일제히 R&D 비용 절감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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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연구개발비는 매출액의 1%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들 3사의 R&D비용은 2014년 5226억원에서 2015년 4319억원, 2016년 3562억원, 2017년 2067억원, 지난해에는 1851억원까지 줄었다.

회사별로 보면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6년 2033억원에서 2017년 907억원, 지난해 707억원으로 줄었다. 삼성중공업 또한 같은기간 910억원에서 684억원, 지난해 495억원으로 줄었다. 대우조선해양만 R&D 투자비용이 소폭 늘었다. 2016년 603억원에서 467억원으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649억원으로 늘었다.

조선업은 산업의 특성상 전자나 IT 등 여타 분야에 비해 매출대비 R&D 투자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박 자체나 부품의 수명 주기가 길고 제품 변화가 완만하게 이뤄지는 업종이라서다.

그러나 경쟁국들과 초격차를 목표를 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미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R&D 투자에 인색한 것은 문제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R&D 투자가 많지 않은데다 조선해양시황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3사의 R&D 투자 규모가 많이 줄었다”며 “현재는 중국과 일본보다 기술력이 앞서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대비는 가장 취약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압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LNG선 등 친환경선박 수주 시장에서의 왕좌를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우리나라 9대 주력 산업별 협회 정책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선업의 경우 5년후 중국이 한국 기술력의 90.9%까지 추격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ㆍ일 조선업계, 정부 지원과 저렴한 인건비로 한국 바짝 추격

중국의 경우 2000년 이후 조선업이 급성장해 2012년에는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수주량을 기록하면서 조선강국의 왕좌를 탈환했다. 고도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내수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은 ‘중국 수출입 화물은 중국 선박으로 수송하고, 중국 선박도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국수국조’ 원칙으로 자국 조선산업 육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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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도 중국 LNG선의 기술력이 인정받고 있다. 올해 4월 후동중화조선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선박분류협회 DNV GL과 2020년까지 27만m⊃3;급 LNG선 연구 개발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이 선박은 삼성중공업이 2007년 건조한 26만6000m⊃3;급의 ‘모자(Mozah)’호를 제치고 세계 최대 LNG선이 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강화에 힘쓰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조선업 3대 지표인 수주량, 수주잔량, 건조량의 시장 점유율을 모두 40% 이상으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중 선령 1년 이내 선박의 시장 점유율은 42.9%로 일본(25.1%), 한국(24.8%)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세계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던 일본은 조선업불황이 지속되면서 2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을 통해 조선 생산능력을 절반이상 줄였다. 동시에 기능을 보완하는 인수합병으로 대형화보다는 30~40개 중소단위의 사업소로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의 추월을 허용했다. 현재 일본 조선업계는 기술, 비용, 판매가 측면에서 모두 열세이며 시장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일본이 최근 중국 조선소와 손잡고 LNG선 최강자인 한국 조선소들을 잡기 위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전 세계 최정상의 기술력을 보유했던 일본이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한국 조선 견제에 나선 것.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규제 시행에 따른 LNG선의 폭발적 수요 증가로 한국에 LNG선 수주가 몰리자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대응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 3월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은 총 12억위안을 투자해 중국원양해운그룹의 합작조선소 도크에서 6만1000톤의 화물선 건조에 나섰다. 앞서 가와사키중공업은 중국 난퉁시에 있는 조선소 NACKS와 다롄시의 조선소 DACKS 등 2곳에 합작사를 설립하고, 상선 건조 작업의 70%를 중국으로 이전했다. 이 일본회사는 상선 외에도 17만m⊃3;급의 LNG 수송선을 다롄에 배치할 계획이다.

뒤이어 8월에는 일본 미쓰이E&S조선과 중국의 양쯔강조선이 공동 설립한 합작조선소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해당 합작조선소는 3억달러를 투자해 2022년에는 중동 및 동남아로 운송할 중형 LNG선 건조를, 2026년 전까지 18만㎥급 초대형 LNG선 건조를 시작할 계획이다. 미쓰이E&S조선은 일본의 조선 작업들을 합작조선소로 점차 이전시킬 계획이며, 연 매출액은 8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같은 달 중국 1위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COSCO)과 일본 3대 해운사인 MOL(Mitsui O.S.K. Line)은 LNG 및 에탄 가스 운송 프로젝트 협력을 확대하는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이들 두 회사는 MOU를 통해 북극해 LNG 개발사업인 야말 프로젝트 등 신규 LNG 운송계약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초격차 유지, 기술력 강화 밖에 답 없다

과거 국내 조선업 위기는 중국과 일본에 끼인 샌드위치에 비유됐다. 일본이 조선산업 시장을 주도하는데다, 중국이 저렴한 가격과 국가주도 육성책을 통해 한국을 바짝 추격해온 탓이었다. 하지만 꾸준한 기술투자로 한국은 조선강국으로 부상했다. 여기에는 1980년 초반부터 끊임없이 이어져온 LNG선의 설계기술과 건조기술에 대한 투자가 뒷받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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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 등과의 경쟁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력 확보에 대한 투자를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시대가 변해 중국은 조선산업 구조조정, 체질개선 및 부가가치선 건조를 통해 조선대국에서 강국으로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내실 다지기와 함께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국내 조선업이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 경우 글로벌 조선업계 경쟁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용석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조선해양 피디는 “기술선점을 위해선 우리나라가 잘하고 있는 분야에서는 지속적인 기술적 투자 필요하다. 중국이나 일본이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기술력 유지를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율운항선박, 친환경선박 관련 기자재 및 장비 등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내재화 하거나 독자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기술력이 갖춰져야 한다”며 “화물창 자체에 대한 원천기술은 프랑스 GTT의 라이센스를 가져다 쓰고 있어 시작 단계인 화물창 분야에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해사기구(IMO)에서 2010년 이후 환경규정, 안정규정 강화해 나가고 있는 추세다. 이에 새로이 커가는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강도높게 수반돼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벙커씨유를 연료로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선박용 연료로 변화하고 있다. 선박의 형태도 바닷물의 저항을 덜 받게 하는 선형이 등장하고 있다. 변화에 따른 R&D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불황을 겪으면서 우수 인력이 조선업을 많이 떠났다”며 “향후 기술인력 확충을 위해 인력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도 전했다.

그는 “핵심기술을 계속 유지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핵심 인력을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시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타파하는 방법은 미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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