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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태풍 때 침수 도로 복구 안돼… 보름째 발 묶인 옥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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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대청호 상류 넘쳐 길 막혀 / 버스 운행 중단·좁은 우회로 이용 / 郡 “수공서 댐 느리게 방류하는 탓” / 물 모두 빠지는데 한 달 이상 소요 / 수공 “가뭄 대비 위해 어쩔 수 없다”

제18호 태풍 ‘미탁’이 몰고 온 폭우로 침수된 충북 옥천군 군북면 인근 도로의 통행이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17일 옥천군과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옥천군 군북면 용목리와 보오리를 잇는 2차선 군도 13호선이 700여m 구간이 약 30㎝ 깊이 물에 잠겨 있다. 이 도로는 지난 2∼3일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내린 폭우로 인근 대청호 수위가 올라 침수됐다. 당시 옥천에는 이틀간 77㎜의 비가 내렸다.

비가 한창이던 2일 1m 넘게 오른 물이 그나마 빠졌다. 도로의 허리가 끊기자 인근 주민들은 보름째 발이 묶였다. 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보오리에는 30여 가구 60여명의 주민이 생활하고 있다.

옥천군이 부랴부랴 하루 5차례 택시를 지원하고 있으나, 이 택시와 개인 승용차를 타고 좁고 험한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이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이 도로의 통행이 언제 재개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대청댐 수위가 76m 이상 오르면 대청호 상류인 이 도로는 물에 잠긴다. 폭우로 한때 77m를 넘어섰던 대청댐 수위는 이날 현재 약 76.4m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수자원공사가 초당 200t 이상 하던 방류량을 지난 10일 이후 32.9t으로 대폭 줄이면서 도로에서 물이 빠지는 속도가 현격히 줄었다. 계획 수위인 76.5m를 유지하기 위한 조처라는 게 수자원공사 측의 설명이다. 수자원공사가 방류량을 이대로 유지하면 도로에서 물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한 달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수자원공사 대청지사 관계자는 “태풍·가을 장마에도 가뭄을 겪고 있는 인근 보령댐 사례도 있고, 내년도 용수공급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방류량을 무턱대고 늘릴 수 없다”면서 “이미 2003년에 계획 수위가 높아지니 침수 우려가 있는 도로를 높이는 공사를 하라는 공문을 옥천군에 보낸 바 있는데, 제때 대처하지 않은 잘못이 크다”고 주장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환경청이 자연환경 훼손을 문제 삼아 도로 높이에 제한을 둬 현재의 상태가 최선이었다”라며 “침수피해가 생겨난 걸 보면 수자원공사가 계획 수위를 무리하게 높인 게 아닌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옥천=김을지 기자 e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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