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 처럼 5년전부터 스타트업 이익 공유 허용, 옥스포드 등 창업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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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들이 미국식 기업가 정신을 도입해 그들의 첨단 기술을 사업화하고 있다.
수 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의 전통적 대학들이 스탠포드대학교,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등 미국 대학교들의 성공 사례를 따라 유망한 아이디어를 실험실 밖으로 꺼내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유럽의 오래된 대학교들이 상아탑 전통을 깨고, 소속 교수들에게 그들이 이룬 기술적 성과로 사업을 시작하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기술 이전 사무국과 투자펀드를 설립하며 사업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옥스포드대학교의 AI 관련 스타트업들을 홍보하는 인공지능(AI) 컨퍼런스에서 차스 바운트라 교수는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그 이전까지 만들었던 795개보다 더 많은 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옥스포드는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 기업 창업까지 이어진 것이 기껏해야 매년 5개 정도로 경쟁 대학인 캠브리지에 크게 뒤졌다. 그러나 그 이후 옥스포드는 2015년에 설립한 대학의 독립 투자펀드 옥스퍼드 사이언스 이노베이션(Oxford Sciences Innovation, OSI)을 통해 매년 최소 20개의 기업을 배출하고 있다.
옥스퍼드 사이언스 이노베이션은 미국의 투자운용사 인베스코(Invesco Ltd.)와 벤처 캐피털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 중국의 텐센트 홀딩스(Tencent Holdings Ltd.)와 화웨이 테크놀로지(Huawei Technologies Co.) 등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6억 파운드(9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대학이 배출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세계 최대의 펀드로 성장했다.
역시 OSI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옥스포트의 스타트업 퍼스트 라이트 퓨전(First Light Fusion Ltd.)을 공동 창업한 기계공학부 교수 이아니스 벤티코스는 “학계는 이제야 스타트업을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며 “대학과 정부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속도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연구했던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ETH Zurich)도 2007년부터 매년 최소 20개의 회사를 배출해 이 분야 세계 선두주자로 올라섰다고 대학에서 독립한 스타트업을 추적하는 글로벌 유니버시티 벤처링(Global University Venturing)은 밝혔다.
그러나 모든 대학들이 실리콘 밸리에 씨앗을 뿌리는 스탠포드 같은 대학교처럼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들이 스타트업 배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가 기술 생태계를 육성하는 지역 공동체가 되어야 하며, 가까운 곳에 자금조달처와 초보자들에게 기꺼이 조언을 해 줄 용의가 있는 베테랑 기업가들이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의 온상이 되는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유럽 대학교의 종신 교수들은 아직도 연구, 수업 가르치는 일, 학술 기사 발행 같은 일상을 벗어나는 데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유럽과 동유럽의 비교적 작고 덜 알려진 대학과 기관들은 그런 추세에 한참 뒤쳐져 있다.
OSI의 재무책임자(CFO) 짐 윌킨슨은 “옥스포드는 조용하게 기술 클러스터를 구축했다”면서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도 도움을 받기 위해 돌아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연구기관과 대학들은 이미 30년 전에,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연구 프로젝트에서 대학이 이익을 공유하도록 의회가 허용한 이후, 기술 회사들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시대 초기 검색엔진 기업 라이코스(Lycos), 가장 성공적인 바이오 테크 기업으로 꼽히는 제넨테크(Genentech), 가장 촉망받는 로봇공학 회사 중 하나인 보스톤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등이 이렇게 탄생된 기업들이다.
유럽 정부의 대학 상업화 허용은 더 느리게 움직였고, 학계 내부에서도 연구가 사업으로 가는 선을 넘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는 학자는 거의 없었다.
윌프레드 밴크랜은 1990년 벨기에의 루뱅 가톨릭 대학교(Catholic University of Leuven)에서 두 개의 석사 학위를 받고 산업연구센터에서 일하다 오늘날 3-D 프린터로 발전한 초기 기술에 완전 빠져들었다. 그는 모교와 협력해 마테리알리세(Materialise NV)라는 회사를 창업했는데 이 회사는 오늘날 3-D 프린팅 소프트웨어와 어플리케이션 분야의 세계적 선도업체가 되었다.
그는 많은 교수들이 사업과의 연계를 기피하던 시절에는 "모든 것이 제대로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고 창업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만 해도 대학-산업 관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명하게 엇갈렸습니다."
루뱅 가톨릭 대학교는 현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학 배출 스타트업의 선구자로서 마테리알리세를 널리 홍보하고 있다. 이 대학은 1억 1700백만 유로(1500억원)의 펀드 아이맥닷익스팬드(imec.xpand)를 설립하고 대학 배출 스타트업이 자립하도록 후원하고 있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에서부터 독일의 바이에른(Bavaria)에 이르기까지 대학들은 잠재적인 스타트업들을 찾기 위해 대학의 연구실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프랑스도 학문적 혁신을 상업화하기 위한 국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남유럽과 동유럽의 대학들도 이런 추세를 따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스위스 납세자들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취리히 공과대학은 "그런 지원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납세자들에게 설득하고 있다.
"우리의 책임은 우리의 기술을 사회에 전파하는 것이니까요."
대학 배출 기업은 또한 연구 대학들에게 성공의 정량적 척도를 제공한다. 옥스포드의 기술 지원 포트폴리오를 15년 동안 운영하고 현재는 개인 회사인 옥스포드 투자 컨설턴트(Oxford Investment Consultants)에서 대학 배출 기업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제임스 맬린슨은 "대학의 스타트업 배출은 자랑스러운 권리라고 부를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몇몇 회사는 크게 성장했다. 글로벌 제약회사 머크(Merck & Co.)는 지난 2017년에 독일 본대학교(Bonn University)가 배출한 면역학 전문회사 리곤테크(Rigontec)를 5억 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대학들은 이제 실험실에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떠오르면 회사를 설립한다. 대학들이 특허를 내는 많은 혁신들은 상업적 사용을 위한 라이선스를 받는다. 이렇게 배출된 회사들은 독립할 수도 있고, 상장할 수도 있고, 물론 파산할 수도 있다.
유럽의 대학들은 점점 더 다음 시대의 큰 기술 창조를 꿈꾼다. 베를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겟유어가이드닷컴(GetYourGuide.com)은 4억 84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머신러닝을 이용해 전세계 맞춤형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로, 취리히 공과대학 졸업생 4명이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는 졸업생들에게 무료 기업가정신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취리히 공과대학에서 컴퓨터 신경과학을 전공한 이 회사의 요하네스 렉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나도 당연히 참석한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호커가 2011년 옥스포드 대학에서 수학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 그의 지도교수였던 벤티코스는 그들의 연구를 에너지 생성에 적용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두 사람은 핵융합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사용해 풍부한 수소로부터 전기를 발생시키는 획기적인 기술을 보다 빨리 찾아내기 위해 퍼스트 라이트 퓨전을 설립했다. 두 사람은 회사를 설립해 자금을 모금하는 것이, 전통적인 학문 연구 경로를 따르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장비도 만들고 결과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벤티코스 교수는 현재 런던 대학의 기계공학부 주임교수이며 또 다른 대학 배출 기업을 추진하고 있다.
"나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학술 지향적인 사람입니다.”
홍석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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