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거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명태균 씨가 깊숙이 개입했으며, 명 씨가 차기 대통령을 이준석으로 지목한 사실이 있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다. 뉴스타파는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제보자로 꼽히는 강혜경 씨와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을 심층 인터뷰했다.
두 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명 씨는 여론조사를 미끼로 정치인들에게 접근했고, 실제로 나름의 실력을 보여준 뒤 긴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확실한 성과가 없었다면 여론조사 비용 대신 국회의원 공천을 받아올 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명 씨의 실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경선 등 2021년에 잇따라 실시된 선거들의 공통점은 후보자 경선 결과가 가장 중요했다는 점이다. 당시 유권자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자를 선택했다. 명 씨는 이런 구조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그래서 정치인들에게 접근해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미공표 조사를 수시로 해줬다. 정치인이 먼저 요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줬고, 돈도 거의 받지 않았다는 게 두 사람의 증언이다.
또한 다른 업체가 제공하지 않는, 여론조사 원본(Raw) 데이터까지 패키지로 제공했다고 한다.
여론조사를 공짜로 해줬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그러나 명 씨의 실력은 공짜 조사에서 비롯된 것 같진 않다. 여기서 명 씨가 패키지로 제공했다는 원본 데이터가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이 데이터가 실제 선거 여론조사에서 악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최악의 경우, 최종 후보자가 뒤바뀌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뉴스타파가 강혜경·김태열 씨의 증언을 다각도로 검증한 결과, 여론조사 의뢰자에게 원본 데이터를 제공하는 행위가 선거에 악용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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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에 명 씨가 개입했다는 주장은 명 씨의 입에서 시작됐다. 지난 10월 13일 명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021년 서울시장 국민의힘 경선 다음날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자신에게 찾아왔다"며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이 돼야 한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를 꼭 이기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썼다.
김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명 씨가 "맞춰 판을 짰다"고 한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오세훈 후보가 3월7일까지 두 사람을 접촉하지 못하게 하고,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을 단일화 협상팀에 넣고,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으로 유선전화 20%, 무선전화 80%를 제시하도록 제안했다'면서 자신의 전략에 따라 오세훈 후보로 단일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오세훈·김종인 두 사람은 명 씨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 10월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진행한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오 시장에게 "명씨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개입해 단일화를 이끌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오 시장은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답하며모든 의혹을 일축했다.
김 위원장도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 김영선 전 의원이 여론조사 전문가라며 명 씨를 데리고 와서 만난 적은 있지만, 만나서 10~15분 있다가 갔고 보궐선거 끝날 때까지 만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명 씨가 세 가지 제안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거짓말로 하는 소리”라며 “내가 여론조사를 더 잘 안다. 내가 3자 대결을 해도 국민의힘(오세훈 시장)이 이긴다고 주장했던 사람인데 처음 보는 사람한테 무슨 그런 얘기를 하나”라며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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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강 씨는 '명 씨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에도 개입했고, 이를 바탕으로 대선 후보 경선까지 관여했다'며 본인이 명 씨로부터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강 씨는 "윤석열 후보를 만나기 전부터 (명 씨가) 오세훈 시장을 당선시켰고, 이준석 당대표를 만들었고, 거기에 이제 윤석열까지 올라가니까 명태균 인맥이 완전히 뻗어나갔다"면서 평소 명 씨가 오세훈·이준석과의 친분을 수시로 과시했다고 전했다. 김태열 씨의 증언도 이와 비슷했다.
강 씨는 "명태균 대표가 이준석 의원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 강혜경 : 정식적인 합법적인 경로가 아닌 비공식적으로 이제 돈을 받았던 거라.
○ 기자 : 그럼 오세훈도 똑같이 비슷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네요. 정치자금법이라든지.● 강헤경 : 현재로 봤을 때는. 네.
(중략)
● 강혜경 : 온 지역 사람들한테 이준석 당대표하고 통화하는 것도 그냥 직접 통화하는 장면들을 연출을 많이 했었어요.
○ 기자 : 보여준다는 거죠?
● 강혜경 : 통화 녹음을 들려주는 게 아니라 통화하는 모습들을. 직접 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김종인 위원장한테 '위원장님 잘 계십니까?' 이런 식으로. 통화하는 현재의 모습들을 많이 보여줬거든요. 주변 사람들한테.(중략)
● 강혜경 : 이준석을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했었는데 나이가 안 돼서 이준석 의원은 다음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자 그렇게 얘기를 했었습니다.
- 강혜경 씨와 <뉴스타파> 심층 인터뷰(2024.11.11.)
● 김태열 : (명 씨가) 오세훈 시장 만들고 이준석이 당대표 만들고 자연스럽게 그리로(윤 대통령 후보 쪽으로) 연결됐기 때문에, 처음에 윤석열 후보를 위해서 우리가 이렇게 해야 된다는 그게 아니었었어요. 이준석이 당대표 만들고, 이준석 하고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이렇게 끌고 가자 하면서 자연스럽게 윤석열을 돕도록 연계가 된 거...어느 특정 시점에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 같아요.인터뷰 증언이 사실이라면, 핵심은 '미공표 여론조사'의 로데이터(Raw Data)
- 김태열 씨와 <뉴스타파> 심층 인터뷰(2024.11.11.)
강 씨와 김 씨, 그리고 뉴스타파 취재를 종합하면 명 씨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미공표 여론조사를 수차례 돌려 응답자 성향을 미리 파악한 뒤, 이를 실제 선거 여론조사 때 악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명 씨는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자 캠프에 제공한 57만 명 당원의 안심번호 리스트를 확보해 강혜경 씨에게 넘겼다. 강 씨는 이 안심번호를 대상으로 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각 안심번호 별로 어떤 후보를 지지했는지 결과값이 나오는데 명 씨는 이를 '로데이터(Raw Data)'라고 지칭했다. 앞서 언급한 '원본 데이터'와 같은 의미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열흘 전인 2021년 10월 20일, 명태균 씨와 강혜경 씨에게 로데이터 파일을 넘겨달라고 요청했다. 강 씨는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명 씨의 요청을 받고, 해당 데이터(로데이터)를 넘겨줬다"고 말했다.
이후 이 데이터가 어디로 가서 어떻게 활용됐는지는 현재까진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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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태균 : (미공표 여론조사) 응답자들 있죠.이준석·오세훈은 공짜 여론조사 부인하지만, 검찰은 이미 확보했다
○ 강혜경 : 네.
● 명태균 : 그 로데이터(Raw Data) 줄 수 있어요?
○ 강혜경 : 네.
● 명태균 : 그 로데이터 해갖고 줘요. 걔들 안심번호 나온 거 있잖아 로데이터 해갖고.
○ 강혜경 : 알겠습니다. 예예예. 그거 해서.
● 명태균 : 파일로 보내줘요.
○ 강혜경 : 예.
- 2021년 10월 20일 명태균 -강혜경 통화 녹취록
지난 14일, 이준석 의원은 해외출장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이 의원은 기자들에게 자신을둘러싼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반박하기 어렵다면서, 2021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때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강혜경 씨를 변호하는 노영희 변호사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때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 보고서 7개 보고서의 목록을 공개했다. 이 중 6개는 언론에 발표됐지만, 나머지 1개는 공개되지 않은 미공표 여론조사였다. 강혜경 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물증을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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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준석·오세훈 선거 때 실시됐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보고서가 존재하며, 검찰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해당 보고서들이 실제로 당시에 전달이 됐는지, 이를 통해 명 씨가 어떤 방법으로 선거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등 수사를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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