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도 당시 16세 청년이 억울한 옥살이를 10년이나 한 후에야 진실이 밝혀졌다. 용의자로 지목된 다방 배달원의 옷, 신발 등에서는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강압 수사를 견디지 못하고 허위 자백을 했다. 그러나 진범이 따로 있었고 재심을 통해 겨우 무죄가 확정됐다. 이 청년의 억울한 이야기는 영화 '재심'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가 최근 논란거리 하나를 쏘아 올렸다. 모방범죄로 분류됐던 8차 사건까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하면서다. 1988년 발생한 이 사건은 범인으로 특정됐던 20세 윤 모씨가 이미 20년간 복역하고 풀려난 상태다. 윤씨는 항소심부터 "수사기관의 고문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고 진술했고 한 언론과 옥중 인터뷰에서 범행을 부인하기도 했다.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해 박수를 받던 경찰이 돌연 난감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춘재가 영웅 심리에 경찰 조직을 흔들기 위해 허위 자백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더 잃을 것 없는 무기수의 고백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씨는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이지만 재심 사유는 매우 까다롭다. 유죄 판결이 무죄로 바뀔 경우 재판의 권위가 땅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어 대법원은 재심제도를 극도로 보수적으로 운영해 왔다. 윤씨도 이춘재의 자백 외에 증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고문, 폭행, 강압이 많았던 과거 수사 관행을 고려할 때 활발한 재심이 필요하다. "99명의 진범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1명의 무고한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형사재판의 원칙을 다시 생각할 때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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