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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레이더A] `아세안트레인`의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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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아세안에 '글로벌 고속철'을 달리게 하자."

지난 6일 태국 방콕에서 동남아시아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아세안경제연구소(ERIA)와 최대 영자지 방콕포스트가 공동으로 연 세미나에서 아세안 부사무총장을 역임하고 현재 방콕은행 이사회 멤버인 수탓 셋분상은 "동남아와 동북아(한·중·일) 간 교역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아세안 육로 인프라 구축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세안 학자와 언론인 30여 명이 모여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 정부와 ERIA가 20년 뒤 아세안의 미래 과제와 액션플랜 등을 담은 '아세안 비전 2040'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 가운데 '심리스(Seamless·끊김 없는) 아세안 경제공동체' 실현 방안에 대해 수탓 셋분상은 동남아가 유럽처럼 고속철도망으로 하나로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나아가 특정 국가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고속철'로 부르자는 획기적인 제안을 했다. 동남아 고속철도망은 아세안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 이익을 위한 인프라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아세안 역내 투자액은 작년 기준 22%에 불과해 상당 부분이 한·중·일 등 밖에서 유입된다. 또 아세안 국가 간 국경지대에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는 특별경제구역을 지정해 상품과 사람의 이동을 물 흐르듯이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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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에선 고속철 건설의 막이 올랐다. 태국 북동부 국경지대 농카이와 방콕, 라오스를 거쳐 중국 쿤밍을 잇는 고속철도 공사가 첫 삽을 떴다. 착공 시기가 미뤄졌지만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연결하는 고속철 건설도 추진될 예정이다. 베트남도 남북을 잇는 고속철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다음달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달 중순 한·아세안 국민 200여 명을 태우는 '아세안트레인'이 베일을 벗는다. 서울, 부산, 광주, 비무장지대(DMZ) 등을 달린다. 이번에는 한국에 국한되지만 20년 후 남북 관계가 잘 풀린다면 부산에서 출발한 고속철이 북한 개성, 평양, 신의주를 찍고 중국을 거쳐 태국, 라오스, 싱가포르를 주파하는 등 1만여 ㎞의 거대한 '원 아시아 고속철도망'이 탄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5월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중 접경인 중국 단둥에서 북한을 거쳐 서울까지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한국과 북한은 지난해 말 개성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개최했다. 아세안 트레인에 한·아세안 관계를 격상할 수 있는 상상력을 기대해 본다.

[국제부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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