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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레이더P] 문재인 DMZ평화지대와 박근혜 DMZ평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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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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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구상을 밝혔다. "유엔과 모든 회원국들에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분단과 전쟁·정전이라는 비극적 역사의 산물 DMZ를 평화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70년대부터 역대 정부들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DMZ를 평화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내세운 직전 박근혜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을 대선 공약에 포함시키고, 2013년 5월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2014년 3월 드레스덴 연설 등에서 강조했다. 그러나 남북 관계 경색으로 실패에 그쳤다.

문 대통령의 평화지대 계획은 박 전 대통령의 한반도평화공원 계획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앞선 시도들과 달리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알아봤다.


일방통행에서 양방향 통행으로

DMZ 전체를 평화벨트로 만들겠다는 구상 자체는 이전 정부들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다. 박근혜정부의 경우 DMZ 내 특정 지역에 평화공원을 건립하는 게 1단계 목표였지만, 장기적으론 DMZ 내 공원 수를 늘리거나 전체 지역의 지뢰 제거 등을 통해 '평화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평화지대 계획이 다른 점은 '직전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남북 정상은 2018년 4·27 판문점 공동선언을 통해 서로를 향한 모든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DMZ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데 합의했다. DMZ 내 감시초소(GP) 철거 등 후속 조치도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와 달리 평화공원은 일방통행의 성격이 강했다. 북한과의 관계가 제대로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동참을 압박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었다. 실제로 북한은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 8일 미국에서 평화공원 구상을 발표한 직후 대남 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평화파괴자, 전쟁도발자들의 주제넘은 '평화' 타령"이라고 비난했다.


판문점·개성 포함…유네스코 등재 공동 추진

문 대통령은 유엔·국제기구를 DMZ 내에 유치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는데, 이는 박근혜정부의 평화공원사업에서 이미 제시된 아이디어다. 다만 문 대통령은 더 나아가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해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번영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내자"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2018년), 남·북·미 정상회동(2019년) 등이 이뤄진 판문점 일대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일대를 조명했다.

또 남북이 함께 DMZ 전체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World Heritage)'에 등재되도록 추진하겠다는 계획은 기존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등재를 추진하는 주체를 남북으로 명시해 함께 공동행동을 강조했다.

국제사회에 공동 지뢰 제거를 요청한 것도 차이점이다. 박근혜정부 때와 달리 현 정부 들어 진행되고 있는 'DMZ 실질적 비무장화' 작업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미·북 협상

세부 내용에 차이점은 있지만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내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DMZ의 평화적 이용 방안 자체는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언제나 추진됐기 때문이다. 노태우정부는 이산가족면회소·민족문화관·남북연합기구 등을 설치하는 DMZ 통일평화시를 제의했고, 김대중·김영삼·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DMZ 자연공원화나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현되지 못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지 여부다. 관건은 비핵화 협상이다. 연내 재개될 것으로 기대되는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실무 협상에 관심이 쏠린다.

이상준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DMZ를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추진됐던 정책이며 문재인정부의 계획 역시 (내용에) 근본적인 차이점은 없다"면서 "다만 북·미 대화가 성과를 낼 경우 평화지대화를 실제로 하는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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