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주요 기업 실적 곤두박질…상장사 574곳 영업익 37%↓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 공감…하반기 더 어려워 "성장보다 생존"
사진=연합뉴스 |
[세계파이낸스=장영일 기자] 실적 신기록을 달성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적자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이어지는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재계의 우려와 걱정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74개사(금융업 등 제외)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55조5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09% 줄었다. 순이익은 37조4879억원으로 42.95% 감소했다.
올해 2분기만 보면 실적 부진 흐름은 더욱 가팔라졌다. 2분기 매출은 503조9955억원으로 작년 2분기 대비 1.5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7조1706억원으로 37.43% 줄고 순이익은 16조5809억원으로 47.57%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화학, 이마트, 네이버, 한국전력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동시다발적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작년 영업이익 신기록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부진이 재계에 큰 충격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된 반도체의 수출 증가세 둔화가 현실화하면서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반기 나란히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조5970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8690억원)보다 55.63% 이상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사정이 더 나쁘다. 작년 2분기 5조573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올 2분기 6376억원으로, 불과 1년 만에 90% 가까이 추락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확산된 과잉공급 우려는 반도체 경기 고점론을 확산시켰다. 삼성전자는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콘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과 관련해 "올해 2분기 이후 점진적으로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자료=한국거래소 |
그러나 지난 4월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결렬되면서 불거진 미중 무역분쟁으로 이같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게다가 일본이 지난 7월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필요한 3개 핵심 소재 수출 간소화 우대 조치를 철회한 데 이어 9월2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했다. 한국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히면서 양국의 관계가 시시각각 악화하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 우려에 반도체 기업 뿐만 아니라 전 산업계에 불황이 불어닥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 1위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은 267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2%나 폭락했다. 한국 최대 유통기업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1위 LG디스플레이는 올 2분기 영업손실 368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1.6% 확대된 규모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는 것이다. 도무지 걷힐 것 같지 않은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절반 이상은 하반기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영변수 중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미·중 무역 분쟁을 꼽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성장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10여년 만에 다시 초유의 위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경영일선에선 당분간 성장보다는 생존에 중점을 두고 상황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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