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타결 가능성은 낮아…화웨이 제재·‘홍콩 시위’ 등 암초
전쟁 지속은 양국 모두 부담…적절한 선에서 휴전할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양상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 가운데 향후 전망을 놓고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워싱턴 무역협상이 다음달 열릴 예정이지만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화웨이 제재와 ‘홍콩 시위’ 역시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이 더 격화되는 상황, 즉 추가 보복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측에서는 미국 국채 매각과 희토류 수출 제한 등이, 미국 측에서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실행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무역전쟁을 지속하기에는 양국 모두 피해가 너무 큰 상황이다. 때문에 관세율을 낮추거나 일부 관세를 취소하는 정도에서 휴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결·완화 반복 양상…무역협상 불투명
무역전쟁을 대하는 미국과 중국의 태도는 강경책과 온건책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초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중국은 공식적으로 ‘포치(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 선을 넘는 현상)’를 허용하면서 위안화가 가치를 더 떨어뜨리면서 맞섰다.
지난달말에는 중국 정부가 원유, 대두 등 미국산 수입품 5078개 품목, 750억달러어치에 대해 5~10%의 관세를 물렸다. 아울러 오는 12월 15일부터 미국산 자동차와 부속품에 대해 각각 25%와 5%의 관세 추징을 다시 한다고 고지했다.
미국도 즉시 보복관세에 나섰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당초 12월 15일로 연기하기로 했던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중 일부를 이번달 1일로 다시 당기고 관세율은 15%로 상향했다.
이미 관세가 부과되고 있던 2500억달러 규모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올렸다.
하지만 최고조로 치닫는 듯 했던 미중 갈등은 최근 다소 완화 모드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은 정말로 무역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갈등을 원활히 해결하고 싶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무역 전쟁에 승자는 없으며 마찰 격화가 경제 무역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단 양국은 다음달 워싱턴에서 고위급회담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 협상이 타결될 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무역적자 외에도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강요 등 핵심 이슈에 대해 양국 간 이견이 큰 부분이 문제시된다.
해리 칠링기리안 BNP파리바 원자재시장 전략팀장은 “시장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해 체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빠른 미중 무역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5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중국의 대미 강경 스탠스를 감안할 때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경제상황이 아직 양호해 미국 측이 양보할 것 같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화웨이 제재와 홍콩 시위도 양국 간 협상을 가로막는 걸림돌중 하나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제품 사용을 제한하는 가운데 검찰은 화웨이의 기술 절도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건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기존 화웨이 기소 건과 별개로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 및 수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가오 대변인은 이어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상대로 한 압력 행사와 제재를 철회하라"며 “중국 기업을 괴롭히면 결국 미국 기업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로 일어난 홍콩 시위는 날로 격화되고 있다. 한때 홍콩국제공항을 시위대가 점거하기도 했으며 거리로 나오는 시위대 수가 100만명을 넘겼다.
거센 반발에 밀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결국 송환법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그럼에도 시위는 잦아들 기미가 안 보인다.
시위대는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를 홍콩 경찰이 통제하기 힘들어지면서 인민해방군 투입 등 중국 정부의 무력 진압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는 무역 이슈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는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무역합의를 원한다면 먼저 홍콩을 인도적으로 다루라”고 요구했다.
반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홍콩 일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라며 간섭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금단의 무기 ‘IEEPA’ 손댈까
만약 양국의 갈등이 더 격화되면 추가 보복에 나설 수 있다. 가오 대변인도 "중국의 반격 수단은 충분하다"며 새로운 보복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로는 미국 국채 매각, 희토류 수출 중단 등이 거론된다. 중국 희토류산업협회는 “중국이 미국에 관세 조치에 대응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미국 소비자들이 조만간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대미 희토류 수출이 중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둘 모두 실효성이 별로 없어 실제로 행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글로벌 경기가 불황인 요즈음 최고의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는 인기가 매우 높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놓아봤자 금세 소화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이미 일본과 유럽 국가들은 미국 국채를 열심히 사들이고 있다. 올해 6월말 기준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1220억달러에 달해 중국(1조1120억달러)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떠올랐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미국 국채 보유량은 총 1조646억달러로 일본과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6월 미국 국채 매입량에서도 유로존(214억달러)이 일본(210억달러)과 중국(200억달러)을 앞질렀다.
벤 제프리 BMO캐피털마케츠 금리 전략가는 “수익률 마이너스인 경우도 수두룩한 국채 시장에서 미국 국채는 유럽이나 일본 국채보다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희토류 역시 미국이 이미 충분히 대비를 하고 있어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자체 생산을 비롯해 호주 등 수입선 다변화로 희토류 수요를 메꿀 방침이다.
미국이 가할 수 있는 최고의 보복으로는 IEEPA가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필요 없다”며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국가비상사태'로 선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이 국가적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하면 IEEPA를 통해 매우 강력한 경제적 조처를 취할 수 있다. 특정 국가나 조직 혹은 특정 활동과 관련된 외환 거래와 금융활동을 조사하고 규제할 수 있다. 나아가 관련 자산을 동결하거나 몰수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국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논리를 펴왔기에 국가 안보를 이유로 IEEPA에 손을 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IEEPA는 너무 파장이 커 섣불리 집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내에서도 “무역전쟁에 사용된 전례가 없다”, “대통령 권한 남용” 등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혈 심한 양국, 휴전 택할까
벌써 1년여 간 지속되고 있는 무역전쟁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큰 피해를 안기고 했다.
중국 해관총서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상반기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0.1% 증가에 머물렀다.
특히 대미 수출은 8.1% 줄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13.5% 증가와 극명하게 대조돼 무역전쟁 여파를 느끼게 했다.
수출뿐 아니라 중국 경제는 전방위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연초 내놓은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4%, 2분기는 6.2%에 그쳤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지난 1992년 통계 작성 이후 분기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6.2%로 예상했으며 내년에는 6.0%로 더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KB증권(5.7%) 등 이미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한 곳도 여럿이다.
미국 역시 손해가 작지 않다. 올해 2분기 미국의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5.8%나 줄었다. 2분기 경제성장률도 2.0%로 속보치 대비 0.1%포인트 하향조정됐다. 1분기의 3.1%보다 크게 둔화된 수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중반에 머물 것이라고 관측한다. 지난해의 2.9%보다 대폭 축소된 수준이다.
더글라스 포터 BMO 캐피털 수석 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포격을 날리며 미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고 비판했다.
스캇 케네디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현재의 상황은 아무 의미 없이 사상자만 나오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로이터통신도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는 무기인 ‘관세’ 역시 미국인들을 괴롭히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부과된 대중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일반 가정이 평균 연간 419달러를 더 부담하게 됐다. 지난 6월의 추가 관세로 인해 부담금은 831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이번달부터 또 관세가 추가됐으니 부담금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양국의 출혈이 심하다보니 언제까지 무역전쟁을 계속해야 할지에 대해 회의론도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 고문 모하메드 엘 에리언 분석가는 “미중 무역전쟁 비관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휴전이나 정전이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역합의는 힘들고 피해는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이 일단 포화를 멈추려는 듯한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한다.
미국은 이번달 1일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지만 30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 전부에 관세를 매기지는 않았다. 휴대폰, 노트북 등 일부 제품은 12월 15일로 관세가 미뤄졌다. 중국산 휴대폰과 노트북 수입 규모만 약 800억달러에 달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애플의 공장은 중국에 있어 관세를 내야 하는데 한국에 공장을 둬 관세를 내지 않는 삼성전자와 경쟁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을 돕겠다”고 답했다. 이는 애플의 휴대폰 등 중국산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관세를 유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와 관련해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그 때까지 무역전쟁을 끌고 가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도 확전보다는 휴전을 원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보복관세를 실행했지만 중국은 추가 보복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가오 대변인은 “현재 주력해야 할 일은 신규 관세를 제거함으로써 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위험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미중 양국이 휴전을 원한다면 기존 관세의 일부를 취소하거나 관세율을 낮추는 정도에서 합의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또 화웨이 제재가 완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미국에 추가 관세 유예나 화웨이 제재 완화에 나설 경우 농산물 구매를 확대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면전의 장기화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큰 고통”이라며 “이번달 내로 명분과 실리를 교환하는 ‘스몰딜’ 또는 휴전 도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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