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美 ISM 제조업 지수가 마침내 중립 수준을 하회했다. 8월 ISM 제조업 지수는 전월 대비 2.1%포인트 하락한 49.1포인트를 기록한 가운데 2016년 8월 이후 36개월 만에 기준점인 50포인트를 밑돌았다. 주요 항목 지표 역시 대부분 50포인트 선을 지키지 못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선행지표인 신규주문지수는 지난달 대비 3.6%포인트 하락하며 47.2포인트를 기록해 제조업 지수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에 민간기업의 투자 수요를 반영하는 비국방자본재수주 증가율도 하락세를 보여 향후 민간투자 둔화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경기지표 부진은 경기 침체 진입으로 해석하기보다 미국도 무역분쟁의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제조업 구매 담당자들은 관세에 대한 부담과 업황둔화를 체감한다고 응답하고 있어 무역분쟁 장기화가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월스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불경기에 대비해 투자를 크게 줄이는 추세라며, 산업계가 느끼는 경기 불안감을 언급했다.
제조업 경기둔화가 확인됐지만 안정적인 소비를 감안한다면 미국 경기 침체를 논하기는 아직 이른 거 같다. ISM 비제조업 지수는 제조업 지수와 달리 양호한 모습을 보인다. 고용지표의 양적 증가세는 다소 둔화됐으나 여전히 탄탄한 모습을 보인다.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는 13만명이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인 16만명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실업률은 전월과 동일한 3.7%로 자연 실업률은 보다 낮은 수준이며 최근 경제활동참가율, 고용률 또한 개선됐다. 특히 구인 건수 당 실업자 비율은 2018년 3월 이후부터 1.0 하회를 지속해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 수보다 일자리 수가 더 많은 노동시장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양호한 고용 여건으로 미국 경제의 주축인 소비는 안정적이다.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에서 소비 부문 기여도는 3.1%포인트로 1분기 0.8%포인트보다 크게 확대됐다. 특히 시간당 임금 상승률도 현재 3% 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여력이 유지되고 있다. 이에 소매판매 증가율도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소비자신뢰지수와 경기선행지수가 꺾이면서 미국 성장 모멘텀은 다소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또 무역 분쟁이 심화돼 제조업 침체가 비제조업 또는 고용시장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 둔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염두해 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미국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것이라 우려하지만 경기 확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의견이 대체적으로 우세하다.
이처럼 최근 미국 경제 지표들은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제조업 PMI, 소비자신뢰지수 등은 경기 둔화 우려를 확대시킨 반면 서비스업 PMI, 임금 상승률, 소매 판매 등은 여전히 견조하다. 무역 분쟁 장기화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9월에 열릴 FOMC 회의와 향후 통화정책 방향도 주목된다.
파월의장 발언, 7월 FOMC 의사록 등을 감안할 때 미 연준은 아직 조정단계(Mid-Cycle)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은 낮지만 확장기조를 위해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파월 의장은 강조해 왔다.
최근 미국 경제 상황을 보면 결국 경기 확장 국면 유지를 위해 미 연준은 7월에 이어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9월 금리 인하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물론 9월 FOMC 회의 결과에 따라 전망치가 조정될 수 있으나 현시점에서 연말까지 적어도 2회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1995년, 1998년 과거 두 차례의 보험성인하(Insurance Cut)에 단행된 수준보다 소극적이거나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 미국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무역분쟁 등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 우리가 갖는 기회 및 위기 요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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