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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9·11’ 18주기 앞두고…아프간 협상서 또 ‘트럼프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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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미국 초청·회동 급취소

민주당 “또하나의 기괴한 사건”

탈레반도 “미국에 더 큰 손실” 반발

미 최장 아프간전쟁 종식 안갯속

폼페이오 “협상 끝장” 공언했지만

미군 철군 등 대선에 도움 분석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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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 조직 탈레반과 1년 가까이 이어온 평화협상을 전격 중단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한 협상 스타일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탈레반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2001년 ‘9·11 동시 테러’ 이후 꼬박 18년이나 지속된 아프간 전쟁의 종식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 지도부와 캠프 데이비드에서 8일 비밀리에 만나려던 계획을 전격 취소한다고 회동 하루 전인 7일 전격 선언했다. 명분은 지난 5일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의 외교단지 인근에서 차량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해 미군 1명 등 12여명이 숨졌다는 거였지만 석연치가 않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회담 및 협상 취소는 그의 독특한 협상 전략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8일 이를 두고 ‘트럼프의 도박’이라고 표현하며, “외교정책 승리를 위해 기꺼이 큰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려 협상의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전술로 볼 수 있다. 통신은 “북한과 중국, 이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대담하고 비정통적인 외교정책 구상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의 이견과 미국 조야 및 아프간 정부의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공화당 동료에게서조차 제기되는 부정적인 평가를 두려워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 협정은 폭력의 감소를 요구했지만 완전한 휴전을 요구하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탈레반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뜻이다.

실제, 9·11 테러 발생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탈레반 지도자를, 그것도 9·11 테러 대응책을 논의한 곳인 캠프 데이비드를 밟게 하려던 트럼프의 구상이 공개되면서 미국 정치권은 격렬히 반발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엔비시>(NBC)에 출연해 “사람들이 지겨워하는 변덕스러운 행동” “또 하나의 기괴한 사건”이라고 맹비난했다. 공화당의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조차도 트위터를 통해 “9·11을 포기하지 않고 악행을 계속하는 테러조직 지도자들이 우리 위대한 나라에 들어오도록 허용돼선 절대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술’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이해당사자들이 쉽게 수긍하기 어려워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당장 탈레반은 8일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중단은 미국의 ‘반평화’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협상 중단이 “미국에 더 많은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국과의 협상에 참여해온 탈레반의 한 고위 대표는 이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국민들의 반탈레반적 정서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미국의 한 예비역 장교는 <알자지라>에 “탈레반은 군사적 수단을 포기하고 아프간 사회에 재통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프간의 한 정치 분석가는 “탈레반에 명백한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은 대다수 아프간인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관건은 탈레반과의 협상이 재개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8일 <폭스뉴스> <시엔엔>(CNN) 등에 잇따라 출연해, ‘아프간 협상이 끝장난 거냐’는 질문에 “당분간은 분명히 그렇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에서의 실질적인 미군 철군을 그의 대선 선거운동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 고위 지도자들과의 ‘캠프 데이비드 회동’도 그가 추동한 것이고, 그가 북한이나 이란에 하는 것처럼 개인적인 방식으로 탈레반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원맨쇼’ 외교방식이 성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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