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금리연계 DLS·DLF(파생결합증권)의 손실 우려에 은행주들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 책임마저 언급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은행주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지나치게 하락했다며 저점 매수 전략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20일 오전 10시 50분 우리금융지주는 전날보다 50원(0.43%) 하락한 1만1550원에 거래됐다. 전날 1만12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는데, 이날도 저점에서 맴돌고 있는 모양새다.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 등도 모두 약세를 보이는 중이다.
은행주의 하락은 최근 대규모 손실 우려가 제기된 DLS 관련 이슈 때문이다. DLS는 주식·주가지수 외에도 이자율·통화·실물자산 등의 가격변동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과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만든 DLS·DLF다. 만기시점에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 3~5% 정도의 수익을 얻지만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최대 원금 전액을 손실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독일 국채 10년물 연동 상품은 판매액 전체가 손실구간에 진입했고 현재 금리가 만기까지 유지될 경우 예상손실액은 1204억원, 예상손실률은 95.1%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미국과 영국 CMS 금리 연계 상품도 전체 판매액의 85.8%인 5973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만기까지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경우 예상 손실 금액은 3354억원(예상손실률은 56.2%)다.
은행이 이 같은 고위험상품을 불완전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실태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국 금리연계 DLS·DLF 상품의 설계·제조·판매에 관여한 은행·증권사·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관련 검사국들이 연계해 합동검사에 들어간다.
관련 조사에서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드러난다면 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과거 키코 사태 등에서 은행의 불완전 판매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사태가 워낙 큰 이슈로 불거진 상황이라 거래건별로 전수조사 및 일부 배상 결정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은행주들은 해당 이슈가 불거진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배상 결정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분간 이 이슈는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손실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당 사태와 관련된 직간접적인 은행 섹터의 손실은 제한적인 반면 최근의 금리하락과 이번 사태 관련 노이즈로 주가는 상당 부분 하락한 상황"이라며 "은행 섹터 가중평균 올해 예상 ROE(자기자본이익률)는 9%대인 반면 PBR은 0.4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은행 이익 안정성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높아져 경기와 금리 우려에 따른 단기 주가 하락 폭이 과도하고 지난주부터 외국인 순매도 강도가 약화 중"이라며 "유럽 금리 연계형 DLS 손실 이슈 등도 투자심리에 충분히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비록 상승 폭이 제한적일 수는 있지만 기술적 측면에서라도 단기 반등 국면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두 증권사는 이 같은 이유를 근거로 은행 업종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백 연구원은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이 6.5%에 달하는 하나금융지주를 최선호주로,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주가 하락이 상대적으로 심했던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를 단기 선호 종목으로 꼽았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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