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사진=한국경제연구원 |
저출산 문제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로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저출산은 그 자체로 우리나라의 존립과 영속성에 대한 중대한 위기일 뿐만 아니라,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감소는 노동력 부족, 소비 위축, 사회적 부담 증가 등 문제를 초래하며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그동안 저출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으며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약 380조원을 투자했지만 출생아 수는 약 45만명에서 약 23만명으로 감소하고 합계출산율도 0.72명까지 떨어졌다. 저출산의 위기 극복에 대한 사회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특히 최근에는 기업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기업들도 이런 기대에 부응하고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유연근무제 시행, 유급 출산 휴가와 육아휴직 확대, 안정적인 직장 복귀 등 가족친화적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직장 내 보육시설 설치나 육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사내 복지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정부도 이런 기업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인센티브 및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이런 기업의 역할과 노력이 마땅하겠지만 저출산 극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업의 역할이 본연의 임무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기업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방법이다. 기업의 일자리 창출은 개인에게 경제적 안정을 제공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기 때문에 저출산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15~49세 가임연령층 기준으로 취업자의 결혼 가능성은 남성은 미취업자의 4.9배, 여성은 미취업자의 2.1배에 달한다. 미취업 기간이 장기화될수록 초혼연령도 늦어져 남자는 미취업 기간이 1년 늘면 초혼연령은 약 4.6개월 늦어지고, 여자는 약 1.9개월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을 포기하거나 늦어지면 결국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 일자리 창출은 결혼과 출산에 필수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의 질에 따라서도 결혼율이나 출산율에 차이가 나타난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대비 정규직의 결혼 확률은 약 1.65배이고, 비정규직 대비 정규직 출산 확률도 약 1.8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본청원(正本淸源)이라는 말이 있다. 근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으로 기본에 충실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역할도 그렇다. 기업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 본연의 임무인 기업활동 영위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존재하지 않고, 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가 없다면 일과 가정의 양립도 애초에 불가하다. 기업은 본연의 활동에 충실함으로써 저출산 극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 및 제도개선에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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