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
최근 보험산업 상황은 변수가 많아서 시나리오 분석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사방에서 땅파는 소리가 들리는 형국이다. '개혁'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겠지만, 좀더 차분하게 정리하면서 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실 물밑에서는 이미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연말을 맞아 내년부터 적용되거나 적용이 검토되고 있는 사항들과 영향을 점검해 보도록 하자.
우선 보험사들의 배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와 할인율 제도 변화가 있다. 이미 2024년 할인율 제도가 강화돼 왔는데, 올해 말부터 K-ICS비율에 따라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이 차등화되고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최종관찰만기 확대가 예정되어 있다. 보험사들간의 배당여력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바뀌더라도 개별 보험사의 배당전망은 달라지지 않는다. 올해부터 배당을 하지 못하는 보험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계 상위사들의 경우 차별적으로 견조한 배당증가 트렌드가 유지될 것이다.
할인율 관련 현재 20년인 최종관찰만기가 점진적으로 30년으로 확대되면, 최근의 금리 하락의 부정적 효과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2022년말 3.73%였던 국채 10년물 금리는 2023년말 3.183%로 하락했는데, 9월말 2.992%였던 것이 12/17에는 2.721%까지 떨어졌다. 이미 연말 K-ICS비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을 보험사들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공공연한 상황이므로, 내년 이후 할인율 제도 강화 로드맵에 일정수준 수정이 필요할 것같다.
다른 한편 연초부터 운영된 보험개혁TF(태스크포스)의 주요 목표였던 과당경쟁 방지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이미 연말부터 시행이 확정된 무저해지상품 계리적 가정 강화, 1월부터 적용되는 '보험상품 보장금액 한도 산정 가이드라인', 현재 추진 중인 보험판매수수료 개편 등은 보험사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는 지나친 경쟁을 막는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무저해지상품 계리적 가정 강화로 상반기 기준 생손보 각각 37%, 67% 비중을 차지하는 무저해지상품의 보험료가 크게 인상될 전망이다. 주로 보험대리점(GA)을 타깃으로 하는 보험판매 수수료 개편과 무리한 상품판매를 제한하는 '보험상품 보장금액 한도 산정 가이드라인'도 건전성 제고에는 기여하겠지만 신계약 매출은 다소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실손보험 관련 제도 개선이 있는데 당초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비급여 전반의 개선과 함께 대대적인 제도 변화가 예상됐다. 하지만 정치 이벤트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의료계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일정 지연 내지는 금융당국 독자 추진으로 범위 축소가 예상된다. 실손보험 계약재매입과 5세대 상품의 도입, 손해율이 이미 너무 높은 4세대 상품 보험료 조기 인상 등이 해당된다.
요약해 보면 2025년에는 과당경쟁 제한으로 신계약 매출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저금리 상황이 심화되는 가운데 자본적정성에 대한 요건이 강화되면서 보험사간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해 연초부터 보험사들 후순위채 발행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원칙에 따른 정책의 추진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현실에서 검증받기 마련이므로 상황에 따른 유연한 접근은 반드시 필요하다.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 하락과 정치적 불확실성도 감안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정책 운용의 묘를 기대해 본다.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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