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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K-프랜차이즈 진단]④ 본사-가맹점 갈등 확산 '이전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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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와 상생 필수적인데…차액가맹금 소송 등 본부와 대립 증가

쉽게 손 대기 어려운 '소통 문제'…"'동반자 정신'으로 변화 필요"

1만2429개.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숫자다. 가맹점수는 35만개를 넘겼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도입된 지 약 50년, 이제 대한민국은 '프랜차이즈 공화국'으로 불린다. 해외까지 영토 확장에 나서며 K-프랜차이즈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완연한 전성기다. 하지만 커진 덩치와 위상에 걸맞은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단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빠른 성장을 위해 외면한 채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삐져나오고 있다. 이른바 '기형적 프랜차이즈 문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서 '동반자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법적 분쟁까지 불사하며 극한 대립에 나서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줄소송' 움직임도 현실화하고 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파트너십이 필수적인 프랜차이즈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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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헛이 점주들과 협의 없이 부당하게 떼어간 차액가맹금 지급 판결로 경영난에 빠졌다며 회생을 신청한 가운데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부당이득금(차액가맹금) 반환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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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bhc치킨 가맹점주 330명은 지난 13일 가맹본부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서울동부지법에 제기했다. 가맹본부가 사전 합의 없이 부당하게 차액가맹금을 떼어가고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차액가맹금은 본부가 가맹점에 납품하는 상품, 원부재료 등에 추가로 얹는 마진을 뜻한다. BBQ와 교촌치킨, 배스킨라빈스, 두마리찜닭 등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맹점주들도 가맹본부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우려하던 피자헛발 차액가맹금 줄소송이 현실화한 셈이다. 앞서 피자헛 점주들은 지난 2020년 본부가 점주들과 합의하지 않고 떼어간 차액가맹금은 부당이득이므로 돌려달라는 취지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점주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피자헛이 75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지난 10월 2심 법원은 배상액을 210억원으로 늘리며 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본부와 점주가 의견 대립 끝에 법적 분쟁 등 극한까지 치달은 건 이뿐만이 아니다. 상장을 앞두고 갈등이 불거졌던 더본코리아와 산하 브랜드 '연돈볼카츠' 점주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연돈볼카츠 일부 점주들은 지난 6월 본사가 계약 당시 매출을 허위·과장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더본코리아는 백종원 대표가 직접 나서 반박하며 사태가 장기화했다.

이러한 갈등이 외부까지 표출되는 상황은 명백한 위험 신호란 경고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본부와 점주가 공동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함께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동반자적 관계여야 한다는, 프랜차이즈의 기본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방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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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산업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참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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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소통의 부재다. 본부와 점주가 터놓고 이야기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탓에 갈등이 곪다 못해 터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점주들은 단체를 구성해 본부와 협상을 할 수 있지만, 본부가 반드시 그 협상에 임해야 할 의무는 없다. 점주 단체 구성원들을 보호해 줄 안전장치 등이 없어 가맹본부가 이들을 압박해 와해시키거나, 설립 시도 자체를 사전에 방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맘스터치, bhc 등은 점주협의회장을 압박한 정황이 드러나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더 문제인 건 단순히 법을 뜯어고치는 것만으론 쉽게 해결하기 어렵단 점이다. 일각에서는 점주 단체를 정식 등록해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가맹사업법을 개정하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단체 난립·무리한 협의 요구로 사업 마비 등 예상되는 부작용이 적지 않은 탓에 반발도 거세다.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법적 보완책을 섬세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그 이전에 상생을 위한 양측의 전향적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는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점주가 망하면 본부도 쓰러지고, 본부가 흔들리면 점주도 타격을 받는다. 프랜차이즈의 기본 원리다. 하지만 최근엔 둘 다 상대가 '망해도 상관없다'고 착각하는 건 아닌가 싶다"며 "본부는 적극적으로 점주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점주는 본부 사정을 헤아리려는 문화부터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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