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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광화문]에어포켓속 대한민국호의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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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17. photo@newsis.com /사진=권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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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가 탄핵 변수까지 맞물리며 꼬여들고 있다. 가계와 기업들 모두 불확실성 때문에 움츠린 상황에서 정부 부문까지 흔들릴 조짐이다.

당장 내년도 본예산을 집행하기도 전에 추경 논의가 시작된 것은 국회와 정부의 무신경과 무책임이 상승 작용을 일으킨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673조3000억 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의결한 것은 거듭된 충돌의 산물이었다.

민주당은 애초에 지난달 29일 정부 원안에서 4조1000억원을 줄인 예산안을 예결위 차원에서 단독 처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감액예산안을 철회하지 않는한 협상은 없다고 했고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증액을 원하면 먼저 수정안을 가져오라고 맞섰다. 예산안 처리시한(12월2일)은 이렇게 넘어갔고 이튿날 야당의 '예산 폭거' 등을 빌미로 든 계엄 선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이후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계엄 해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제출과 한차례 탄핵표결 불성립과 최종 탄핵안 가결이라는 숨가쁜 일정들이 이어졌다.

헌정 질서 회복이라는 중요한 결과는 얻었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글로벌경제와 통상부문의 불확실성 확대에 더해 국내적으로는 내수 침체 우려,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내년 1%대 저성장 가능성 등에다 탄핵 변수까지 끼어든 것이다. 마침 트럼프 당선인의 16일 첫 공식기자회견에서 일본, 러시아, 중국에 이어 심지어 북한까지차례로 언급됐지만 한국은 빠졌다.

국내에서는 위기경고가 줄을 잇는다. 이번 탄핵 국면에 대해 한국은행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경제 영향 평가' 자료에서 "중국의 고성장기였던 2004년, 반도체 경기가 호조였던 2016년 탄핵 때와 달리 이번엔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와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외 여건에서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심스런 한은마저 해법으로 추경 편성을 제언했다. 지금까지 1분기에 추경이 확정된 건 외환위기와 팬데믹 수준의 위기가 닥쳤던 시기들인 1998년, 2020년, 2021년, 2022년 등 4번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내 정치적 위기로 추경이 소환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추경을 포함한 경제위기 수습방안을 두고서 정치권의 공방은 이어진다. 애초에 돈을 푸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으면 감액예산안을 처리한 것에 대해 복기하는 과정도 필요했을 테지만 정치적 근육을 과시하는 것에만 골몰한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난 여야 지도부(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추경예산 등 경제위기 극복보다는 한덕수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 권한과 양곡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 문제 등을 놓고 끝없는 설전을 벌였다.

예산안을 뜯어봐도 문제가 많다. 감액 규모가 가장 큰 건 예비비인데 재해 복구 예산이 먼저 위협받고 있다. 당장 11월26~28일 중부권 폭설 피해 지역(경기도 용인, 평택 등)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차일피일 미뤄지며 18일에야 비로소 이뤄진 것이 대표적이다. 재난행정이 사실상 마비된 탓이다. 인공지능(AI)·반도체 전쟁에 대비하는 반도체·AI 특별법 제정 등 산업 구조개혁을 위한 정부 대책에도 예산 지원이 필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탄핵정국으로, 어렴풋하게 기대하던 연말특수의 실종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뤘다는 자부심이 넘치던 한국이 시름하고 있다. 계엄의 파국에서 탄핵안 처리로 민주주의 보호라는 에어포켓을 겨우 만든 상황이다. 위기를 불러온 정치권에 어쩔수 없이 해법을 기대해야 하는 대한민국호, 난파를 피하고 정상항해를 위한 골든타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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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민 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성민 기자 baesm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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