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금리연계 DLS·DLF(파생결합증권)에서 원금 100%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검사’와 ‘분쟁조정’ 2개 트랙으로 강력 대응에 나선다. 검사와 분쟁조정 파트가 동시에 금융회사에 대해 현장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이번주부터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국 금리연계 DLS·DLF 상품의 설계·제조·판매에 관여한 은행·증권사·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관련 검사국들이 연계해 합동검사에 들어간다. 검사와 함께 분쟁조정 관련 민원에 대한 현장조사도 실시할 방침이다.
현장검사는 DLS 판매 과정에서 은행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가 점점 대상이다. 증권사에서 해당 DLS를 발행했고 이를 운용사가 DLF라는 사모형 상품에 담았으며 이를 은행이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금감원은 해당 상품을 단기간 집중적으로 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검사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은행이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경영진 차원에서 무리하게 해당 상품 판매를 독려한 것이 아닌지가 조사 대상에 오른다. 본사 차원에서 특정 상품 판매 실적에 높은 평가점수(KPI)를 부여하면 실적 압박을 느낀 직원들은 해당 상품을 고객에게 더 적극적으로 권유할 수밖에 없다.
특히 특정 은행에서만 DLF가 수천억원씩 팔린 이유도 집중적으로 캘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독일 국채금리 연계 상품을 1255억원 어치 판매한 우리은행이 대표적이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상품은 선취수수료가 1.5%로 높은데 4~6개월의 짧은 만기 구조에 만기 연장이 되지 않는다. 독일 국채 금리가 -0.7% 밑으로 떨어지면 투자자는 100% 원금 손실(쿠폰제외)을 떠안아야 하지만 은행이 입는 손해는 없는 구조도 금감원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래 운용사가 DLF를 만들어 여기에 어떤 상품을 넣을지를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이 특정 DLS를 편입하도록 지시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주문자상표부착(OEM) 펀드’ 의혹이다. 은행이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상품을 직접 주문했다는 것인데 이 역시 금감원 검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금융회사 제재는 검사결과를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지만 분조위는 올해 안에 열린다. 금감원은 신속한 분쟁조정을 위해 1~2개월 안에 분조위를 열어 불완전판매 여부를 가린다는 방침이다. 16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DLS·DLF 분쟁조정 신청은 29건이다. KEB하나은행이 9건, 우리은행이 19건, NH투자증권 1건인데 다음 달 우리은행의 DLF 손실이 확정되면 관련 민원이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분쟁조정의 쟁점은 불완전판매 여부다.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금융회사는 일정 비율로 손실금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 개인투자자의 투자원금 100% 손실로 손해배상이 이뤄진 사례로는 2005년 우리은행의 ‘파워인컴펀드’가 거론된다. 당시 분조위는 50% 배상을 권고했는데 법원에서는 40~70%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판매금액은 1700억원이었다. 이번 DLS·DLF 손실에 대해 은행의 책임이 50%만 인정돼도 은행은 4000억원 이상을 물어줘야 한다.
평균 투자금 2억원의 사모형 상품 투자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선 논란이 일고 있다. ‘파워인컴펀드’는 일반투자자가 은행 창구에서 가입한 공모상품이지만 이번 DLS·DLF는 기본 투자금액이 1억원 이상으로 은행 프라이빗뱅킹(PB)에서 사모형으로 자산가들에게 팔렸다. 자본시장통합법에서는 파생상품에 1억원 이상 투자하면 ‘일반투자자’가 아닌 ‘적격투자자’고 본다.
자통법상 ‘적격투자자’에게는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투자자의 투자성향에 적합한 상품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생략된다는 뜻이다. 투자 손실 감내 능력이 일반투자자보다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증권사와 달리 은행들은 내규상 사모형 파생상품 투자자에게 모두에게 ‘투자자정보분석’을 하도록 했다.
또 적격투자자라고 해도 △상품구조 설명△상품제안서나 투자설명서 제공△원금손실 가능성 설명 등 3가지 ‘설명의무’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설명의무를 지켰다고 주장하지만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만 지키고 실질적으로 투자자의 이해도를 고려하지 않고 복잡한 구조의 고위험상품을 판매한 것은 아닌지 현장조사를 통해 면밀하게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