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 회장 "대통령 만나 자사고 취소 문제 논의할 것"
전북 전교조 등 "文 대통령, 자사고 폐지 즉각 이행하라"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의 재지정 평가를 놓고 교원단체들이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하윤수 회장은 25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교육감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교육 평준화에 대해 문제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자사고 폐지를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하윤수 신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25일 오전 한국교총회관 단재홀에서 당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교총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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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선에 성공한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한국교총회관에서 열린 당선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충분한 합의나 공감대 없이 유·초·중등교육을 시·도교육청에 맡기면서 교육에 대한 국가책무를 줄였다. 그러자 시·도교육청의 불공정한 자사고 취소 등 도를 넘은 전횡이 펼쳐지고 있다"고 했다. 하 회장은 그러면서 "대통령을 만나 교육의 국가책무 강화, 교육법정주의 확립을 요청하고 국가 교육 콘트롤 타워인 청와대 교육수석 부활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하 회장은 "2007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교육감의 정치적 이념과 성향에 따라 자사고 폐지, 혁신학교 확대, 무상급식 등 현장 교육 정책이 급격하게 변했고, 여기서 오는 혼란과 갈등의 폐해는 고스란히 학교 현장이 감당해 왔다"면서 "이 같은 교육 표류와 총체적 난국의 책임은 정부와 정치권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의 다양화와 기회 확대, 질 높은 교육 추구보다 평준화에 경도된 ‘평둔화(平鈍化)’ 교육과 자사고·외고 등을 일방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등 단순 체제 변화에 매몰돼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하 회장의 이런 발언은 최근 전북교육청이 광역 자사고인 전주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일반고 전환’ 결정을 내린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상산고는 재지정 기준점인 80점에 0.31점이 부족한 79.69점을 받아 자사고 재지정 취소 절차를 밟게 됐다.
이에 상산고 측은 타 시·도 교육청이 기준점을 70점으로 두는 것에 비해 전북교육청이 10점이나 높은 기준을 세운 점과 그간 자율에 맡겨왔던 사회통합전형에 대한 평가 기준을 바꾼 것을 두고 공정한 결과가 아니라며 행정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교육청 측은 상산고 재지정 취소는 평가단에 의한 적법한 절차를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하 회장은 "(일부 교육감들의) 교육법정주의 훼손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현재 시행령으로 돼 있는 자사고 운영 등을 법률로 보장해 함부로 고칠 수 없게 하고, 대학입시도 한 번 정하면 쉽게 고치지 못하도록 교육법정주의를 분명하게 확립할 것"이라고 했다.
'상산고 자사고 폐지-일반고 전환 전북도민대책위'가 2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의 명령-자사고 폐지, 교육자치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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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전 10시30분 전교조 전북지부 등 전북지역 28개 시민단체가 모인 ‘상산고 자사고 폐지-일반고 전환 전북도민대책위원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이 자사고 폐지를 공약했으면서도 책임은 시·도교육청에 넘기고 있다"며 신속한 자사고 폐지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일부 여당 국회의원이 대통령 공약인 자사고 폐지에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상산고의 자사고 지위는 유지돼야 한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또 국회의원 대부분이 전북에 속해 있는 민주평화당도 공약을 지키지 않는 정부·여당에 질책은커녕 어정쩡한 모습으로 상산고를 두둔하는 식으로 전북교육청을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정치권의 (상산고를 지키려는) 행동은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중립성과 교육자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용서 받지 못할 것"이라며 "교육부는 자사고뿐 아니라 외고·국제고 등의 특권학교 폐지를 선언하고, 관련 법령을 개정하라"고 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지난 20일부터 관할 지역 내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평가 대상 자사고의 재지정 여부를 두고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까지 전북‧경기‧전남‧울산‧경북 등 5개 교육청의 6개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에서 4개 자사고가 지정 유지, 2개 자사고가 지정 취소 결과를 받았다. 재지정 문턱을 넘은 자사고는 광양제철고(전남), 현대청운고(울산), 포항제철고(경북), 김천고(경북) 등인 반면 전북 상산고와 경기 안산동산고는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앞으로 5개 시‧도교육청은 18개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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