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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대왕고래’ 시추 성공해도…“탄소 비용 2400조, 지진 가능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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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따라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지난달 20일부터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 떨어진 해역에서 탐사시추에 돌입했다. 한국석유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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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에도 강행 중인 동해 석유·가스전 탐사 개발(대왕고래) 사업이 성공한데도,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이 최대 2400조원에 달하고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위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8일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시대착오적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무엇을 놓치고 있나’ 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경우 전세계적으로 가스 수요는 현재 대비 79%, 석유 수요는 77% 감소가 예상 된다”며 “대왕고래 가스전은 국부 창출과는 거리가 멀며 처치 곤란한 가스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시대착오적 석유·가스전 개발은 미래 세대에 막대한 ‘탄소 빚더미’를 떠넘길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기후솔루션은 대왕고래 사업의 가장 큰 문제로 막대한 ‘탄소비용’을 꼽았다. 탄소비용은 온실가스 등으로 탄소를 대기 중에 배출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가리킨다. 보고서는 “기후리스크 대응을 위한 중앙은행 및 감독기구 협의체가 제시한 연도별 탄소비용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동해에서 140억배럴의 석유·가스 자원이 채굴되면 잠재적 탄소비용이 최소 213조원에서 최대 241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부는 대왕고래 가스전에서 140억배럴의 석유·가스를 채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30년간 58억2750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배를 넘는 규모다.



대왕고래 시추지역이 활성단층이 14개 확인된 동남권이라,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선정한 시추지역은 포항시 남구에서 해상으로 4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2023년 행정안전부는 연구 결과 동남권에만 활성단층이 14개 존재하며 알려지지 않은 단층이 추가로 존재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도 그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단층에서 발생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석유가스전 개발 행위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단층을 자극해 지진을 유발하거나 발생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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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 보고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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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7년 영국 더럼대학 연구팀 연구에선 전세계에서 현재까지 발생한 인공지진 728건 중 석유·가스전에서 발생한 지진은 107건(14.7%)으로, 지열발전에 의한 지진(57건, 7.8%)보다 약 2배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포항환경운동연합 등은 “2017년 포항지진이 활성단층 조사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지열발전소 촉발 지진으로 밝혀졌다”며 사전 조사 없는 대왕고래 사업에 강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기후환경단체들은 동해 석유·가스전 개발 대신 해상풍력 잠재량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정석환 기후솔루션 가스팀 연구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백서(2020)에 제시된 동해안 지역 해상풍력의 기술적 잠재량에 근거해 2025~2064년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2만6142페타줄(PJ·국제에너지 열량측정 단위)로 나타났는데, 이는 석유가스전 최소 매장량에 근거해 2035~2064년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인 2만754페타줄(최대 매장량 근거로는 9만533페타줄)보다 26%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동해안 해상풍력 기술적 잠재량이 충분한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를 위해 가스전을 개발한다는 논리는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단체와 야권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지난달 20일부터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 떨어진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탐사시추에 돌입한 상태다. 시추 작업은 약 40~50일간 진행되고, 이후 관련 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올 상반기 중 시추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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