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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톰 소여의 모험'이 현실로… 전국 방방곡곡 트리하우스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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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트리 하우스 어디서 체험하나

조선일보

나무 위에 지은 트리 하우스는 ‘숲캉스(숲에서 보내는 바캉스)’를 즐기기에 최적 공간이다. 사진은 트리 하우스 숙박 체험을 할 수 있는 경기도 평택 ‘트리하우스’의 ‘톰 소여의 트리 하우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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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하우스(tree house)'를 아시는지. '나무 위의 집'은 밀림이 있는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에 흔한 주거 형태의 하나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톰 소여의 모험' 같은 소설로 읽기는 했다. 하지만 빌딩과 아파트 숲에 사는 현대인에게는 국제선을 타고 멀리 날아가야 만나 볼 수 있는 이국적인 숙소쯤으로 여겨졌다.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트리 하우스가 낯설지 않다. 집 마당, 산을 비롯한 사유지에 직접 나무 위의 집을 짓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연휴양림에도 나무 위에 지은 집이 속속 들어서는 중이다. '아무튼, 주말'이 숲캉스(숲에서 보내는 바캉스)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트리 하우스를 들여다봤다.

3人 3色 트리 하우스 체험 공간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에 있는 생태체험장 까르돈 숲속의 트리 하우스는 탐험대의 비밀 기지 같다. 층층나무를 기둥 삼은 나무 데크 위에 서면 숲 탐험가나 초소 감시병이 된 듯한 기분이다. 이 트리 하우스는 야생동물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유명한 최기순(58) 감독이 만들었다. 30년 넘게 맹수를 추적한 최 감독은 러시아 시호테알린산맥 타이가 숲에서 호랑이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나무 위에 지은 야생의 트리 하우스를 그대로 재현했다. 오롯이 혼자서 석 달에 걸쳐 지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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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다큐멘터리 전문 최기순 감독은 자신이 살던 러시아 타이가 숲 속 트리 하우스를 강원도 홍천 생태체험장 ‘까르돈’에 그대로 재현해 만들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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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나무 데크, 좁다란 나무 계단으로 이어진 2층엔 성인 2명이 누울 만한 새집 모양의 아담한 공간이 있다. 내부는 삼면에 창을 내어 어느 방향으로 눕든 숲이 보인다. 인근엔 빨간 지붕의 '참나무 위의 집' 트리 하우스도 있다. 오두막 형태인 층층나무 위의 집과 달리 참나무 위의 집엔 전기·주방·화장실이 갖춰져 숙박이 가능하다. 침실 중앙으로 참나무 기둥이 관통한다. 창문 너머로 녹음 가득한 숲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비 오는 날 더욱 운치있다.

최 감독은 "한번 탐사를 가면 1년 정도 이런 곳에서 살았다"고 했다. 나무 위 생활은 생각보다 편안했단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와 새소리가 자연의 교향악처럼 들리고 바람이 심한 날엔 나무 위의 집도 덩달아 춤을 췄다. "그 자체가 힐링이었다"는 그는 귀국하자마자 우리나라에도 까르돈(자연보호 구역에서 자연을 지키는 사람들이 사는 집을 뜻하는 러시아어) 같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고향인 이곳에 생태체험장을 가꾸기 시작했다. 20년간 천천히 그의 손을 거친 2만3000㎡(7000여 평) 공간은 한국의 타이가 숲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물론 호랑이는 없다.

현재 까르돈 안에는 트리 하우스를 비롯해 생태체험장, 캠핑장, 숲속의 집(펜션)과 최 감독의 호랑이 사진을 전시한 갤러리, 숲속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층층나무 위의 집' 트리 하우스 체험은 '참나무 위의 집' '숲속 작은 집' 숙소를 이용(2인 1박 17만원)하는 '프라이빗 숲 대여객'에게 우선 체험권을 준다. 원시림처럼 우거진 숙소 주변 숲까지 통째로 즐길 수 있다. 최 감독은 "까르돈은 반딧불이를 만나고 트리 하우스에서 하룻밤 보낼 수 있는 특별한 자연 체험이 있는 곳"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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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강원도 홍천 ‘까르돈’의 ‘참나무 위의 집’외부와 내부. 3 강원도 홍천 ‘까르돈’에는 숲 속 카페도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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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 만경읍에 있는 미즈노씨네트리하우스는 일본 교토 교탄고 바닷가의 트리 하우스가 부럽지 않다.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속 토토로의 집과 좀 닮아 있다. 요즘처럼 녹음이 우거지는 계절이 '대목'. 트리 하우스를 체험하려는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200년 된 느티나무를 기둥으로 지은 3층의 트리 하우스는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는 방식으로 지었다. 오를 때 아슬아슬한 재미가 있다. 난이도 '초급' 정도의 계단을 오르면 '하드코어' 나무 사다리가 나타난다. 안전장치 없이 유격하는 기분으로 나무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느티나무 가지들이 엉킨 진짜 나무 타기가 기다린다. 특히 느티나무 꼭대기, 지상 4m에 있는 3층의 트리 하우스까지 오르는 길은 모험 그 자체다. 다락방 같은 마지막 트리 하우스에 닿으면 잊고 있던 동심과 마주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나무 창문 너머로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 펼쳐진다. 사면으로 난 창으로는 나무 향이 스민 바람이 지나간다.

인공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폐목재로 지은 이 트리 하우스는 일본인 미즈노 마사유키(52)씨가 만든 거대한 업사이클링 '작품'이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미즈노씨는 10년 전에 60년 된 폐가를 구입했다. "오 남매를 기쁘게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집 앞 느티나무에 3년에 걸쳐 트리 하우스를 꾸몄다. 방문객이 늘어 3년 전부터 '체험장'으로 개방하기 시작했다. 미즈노씨네 집인 김제의 전통 한옥에선 시골집 체험을, 트리 하우스에선 트리 하우스와 목공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체험객이 자율 책정한 '문화 이용료(5000~1만원)'를 내면 트리 하우스와 시골집 체험과 함께 미즈노씨가 내려주는 '미즈노 커피', 김제시 '청하농원'에서 만든 100% 사과 주스 등을 선택해 맛볼 수 있다. 미즈노씨는 "이따금 장수풍뎅이가 트리 하우스에 손님처럼 찾아와도 놀라지 말라"며 웃었다. 미즈노씨네 트리 하우스는 나무의 하중을 고려해 중량 제한이 있다. 몸무게가 120㎏을 넘으면 이용 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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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목재를 활용해 지은 전북 김제 ‘미즈노씨네트리하우스’. /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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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를 건너 외딴집처럼 지어진 트리 하우스 체험도 이색적이다. 경기 평택시 진위면 트리 하우스는 현재 트리 하우스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정지인(57) 트리하우스코리아 대표가 지은 숲 체험 시설이다. 그는 2000년대 중반 자신의 삼 남매를 위해 트리 하우스를 지은 것을 계기로 전업했다. 총 6동의 숙박 시설 중 산 중턱에 자리한 '허클베리 트리 하우스'는 출렁다리를 건너야 만나는 집이라 재미있다. 16.5㎡(5평) 규모의 트리 하우스는 내부가 복층형 구조로 침실, 주방, 화장실이 있다. '톰 소여 트리 하우스'는 2동의 트리 하우스가 연결된 형태다. 집과 집 사이에 주방과 바비큐장, 화장실이 있다. 현관에 해당하는 문을 열면 나무 기둥이 우뚝 서 있다. 산림욕 하기에도 좋다.

관광지·자연휴양림에서 만나는 트리 하우스

국내에선 트리 하우스 관련 법 등이 없어 일반인들이 쉽게 짓기 부담스러웠다. 2016년 산림휴양법 시행령 개정으로 숲속 야영장에 트리 하우스를 설치할 수 있게 되면서 지자체 관광지나 자연휴양림, 개인 사유지 등에서도 트리 하우스를 도입하거나 짓는 사례가 많이 늘었다. 충남 공주시의 자연 놀이터 이안숲속의 체험 시설 중 하나인 트리 하우스는 출렁다리와 이어져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전설을 테마로 한 전남 곡성군 섬진강도깨비마을의 오두막 '둥둥 나무집'은 미즈노씨가 제작에 참여해 완성한 트리 하우스다. 부엉이 얼굴 모양의 오두막은 무인(無人)으로 운영되는 숲속 도서관이다. 현재 전북 익산 달빛소리수목원의 '꿈다락 문화학교'에서도 미즈노씨와 함께 하는 트리 하우스 짓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완성되면 수목원 이용객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강원도 홍천의 홍천은행나무 숲 트리 하우스도 유명하다. 다만 은행나무가 물드는 10월 한 달만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이 밖에 용인시 처인구 용인자연휴양림, 경남 합천군 황매산오토캠핑장, 경남 거창 금원산자연휴양림 등 자연휴양림이나 일부 캠핑장 시설의 하나로 트리 하우스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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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평택 ‘트리하우스’의 ‘은행나무 트리 하우스’. 5 출렁다리가 있는 경기도 평택 ‘트리하우스’의 ‘허클베리 핀의 트리 하우스’. 6 전북 김제 ‘미즈노씨네트리하우스’의 내부.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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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 사유지에 트리 하우스 짓기도

퇴직하고 고향인 경북 성주로 귀촌한 배용규(68)씨는 얼마 전 집 앞마당에 손주와 외손주들을 위한 트리 하우스를 직접 지었다. 여섯 명의 아이와 함께 지은 트리 하우스는 놀이터가 됐다. 수박도 잘라 먹고 낮잠도 잔다. 배씨는 "작은 원두막 집에 지나지 않지만 아이들에겐 상상 놀이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영상 감독인 박동화(58)씨는 산악인으로 활동하던 10여 년 전 강원 인제군 상남면에 소유한 산속에 아담한 트리 하우스를 지었다. 튼튼한 가래나무를 기둥 삼아 나무 데크 위에 올린 삼각형 트리 하우스는 집 없이 사는 그에게 특별한 쉼터다. 박 감독은 "트리 하우스는 빈둥거리는 은둔처 같은 곳"이라며 "하루 이틀 도시의 편의를 끊고 자연인처럼 지내다 보면 도시에서 묵은 때가 씻겨 나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나무 생육 환경 고려해 지어야

트리 하우스는 나무의 생육 환경을 고려해 짓는 것이 '정석'이다. 단순히 나무 자재를 활용하거나 기둥 대신 지지대를 주로 이용한 것은 트리 하우스로 보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지인 대표는 "트리 하우스를 짓는 공법은 다양하다"며 "수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죽은 나뭇가지가 잘려나간 부위에 지지대를 고정하면 나무에 스트레스를 덜 주며 튼튼한 트리 하우스를 지을 수 있다"고 했다. 살아 있는 그대로 짓기 때문에 나무 기둥이나 나뭇가지가 창문, 방 안, 계단 등을 관통하기도 한다. 곤충, 새가 날아들거나 새집을 짓기도 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 최기순 감독은 "트리 하우스는 나무가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체험을 할 때 나무뿐 아니라 그곳에 깃들어 사는 벌레나 이끼마저 자연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면 더 즐거울 것"이라고 했다.

[평택·홍천·김제=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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