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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전북교육은 죽었다" "독재 교육행정 중단"…상산고 학부모들, 전북교육청 앞 '상복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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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학부모 250여명, 전북교육청 앞서 상복 시위
"전북 교육은 죽었다" 등 근조화환 4개도 세워
‘거지 같은 행정’ ‘엉터리 평가’ ‘망나니’ 등 격한 표현 피켓 들어
"타지역은 70점이면 되는데 왜 상산고만 79점 맞고도 자사고 아니냐"
특강으로 자리 비운 교육감에 "무책임" 비판도

"전북 교육은 죽었다." "독재 교육 행정 중단하라." "상산고를 살려내라."

전북교육청이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한 20일 오전 11시쯤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교육청 앞엔 상산고 학부모 250여명이 검은 상복을 입고 모였다.

학부모들은 ‘전북교육은 죽었다’ ‘근조 전북교육’ ‘교육감은 우리학교 살려내라’라고 적힌 근조화환(謹弔花環) 4개를 도교육청 앞에 세웠다. 몇 학부모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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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상산고 학부모들이 전북도교육청 앞에 '전북교육은 죽었다'라고 적힌 리본이 달린 근조화환을 가져다 놨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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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 도중 '전북교육은 죽었다'는 의미로 절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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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학부모들은 근조화환이 세워진 도교육청을 향해 절을 했다. 몇몇 학부모는 도교육청 발표에 분을 이기지 못했는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함께 들렸다.

학부모들은 ‘상산 짓밟고 어디로 입성하고 싶냐?’ ‘교육감 감사 10점 높게 김승환 이니까 20점 높게’ ‘거 지같은 행정 X 먹어라’ ‘상산고 1000명 단칼에 베어내는 망나니’ 등 격한 표현의 피켓을 들고 임 위원장의 말에 호응을 보냈다. 이어 ‘김승환 도교육감은 퇴진하라’ ‘불공정한 자사고 심사 원천무효’ ‘상산고를 살려내라’ 라는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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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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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부모는 "전북도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기준은 순 엉터리"라고 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른 곳은 70점만 맞아도 자사고 지위가 유지되는데, 왜 상산고는 79점을 넘었는데도 자사고가 아닌 것이냐"고 외쳤다. 또 다른 학부모도 "79점 상산고가 자사고가 아니라면 전국에서 살아남을 자사고는 대체 몇 개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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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열었다. 학부모들은 날계란 20판을 준비하기도 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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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학부모들은 이날 날계란 20판도 준비했다. 혹시 김승환 도교육감이 모습을 드러내면 던질 요량이었다. 그러나 한 학부모는 "우리의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계란을 준비했지만 이 계란은 그렇게 쓰는 것보다 우리의 교육행정을 위해 애쓰시는 교육청 직원분들 삶아드시라고 드리고 가겠다"고 하자 좌중이 모두 함께 소리내 웃기도 했다.

임태형 상산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오늘은 한 학교의 운명을 결정하는 재지정 평가 발표의 날"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평가를 담당한 기관의 당사자인 김승환 교육감은 교육청을 비우고 특강을 갔다"고 했다. 이어 "수장이면 수장다워야 하고, 교육가면 교육가다워야 한다"며 "정의로운 사회를 외치던 교육감이 정작 자신은 모두 편법과 불법에, 비정상적인 행위로 자사고를 탄압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김 교육감은 중등·특수교장 자격연수가 진행된 충북에 있는 한국교원대학교에서 ‘헌법과 교육’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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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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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에서 새벽같이 KTX를 타고 도교육청으로 달려왔다는 한 학부모는 "김 교육감이 떳떳하다면 이런 중요한 발표는 직접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학부모 누구도 교육감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상산고의 한 학부모가 김 교육감에서 보내는 편지도 공개됐다. 강계숙 상산고 학부모회 대표가 공개한 A4용지 5장 분량의 편지는 '역시나 오늘도 교육청에 안 계신 김승환 교육감님께'로 시작했다.

이 학부모는 "지금 이 자리에는 잦은 (자사고 재지정) 발표일정 변경으로 수없이 많은 차표를 예매 변경하다 결국 입석으로 새벽부터 오신 학부모도 있고, 비행기 표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 간신히 표를 구해 제주도에서 날아오신 어머님도 있다"며 "그리고 ‘지구 끝에서라도 와야 한다’며 땅끝마을에서 장거리 운전으로 올라오신 어머님, 내 손주 학교는 내가 지킨다며 내려오신 할아버님·할머님도 계신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학부모들은 어려운 법령까지는 몰라도 다른 시도와 같은 기준으로 자사고 평가 점수를 매겨 달라는 요구를 했다"며 "이것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 억지요구였다고 생각하느냐"고 했다. 이 학부모는 "교육받을 권리이자, 교육할 의무자인 국민과의 소통을 전혀 하지 않는 독재 교육 행정을 중단할 것을 교육감에게 요구한다"며 "우리는 자율형사립고인 상산고가 영원하리라는 것을 믿고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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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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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교육청은 이날 오전 11시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상산고는 재지정 기준점(80점)에서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받아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밟게 됐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전북도교육청은 내달 초 청문을 실시하고, 내달 중순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교육부 장관이 동의하면 상산고는 17년 만에 자사고 지위를 잃게 된다.

상산고는 1981년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81) 이사장이 전주에 세웠다. 2002년 김대중 정부가 "고교 평준화에 따른 교육의 획일성을 보완하겠다"며 자사고를 도입할 때 자사고로 지정됐다. 홍 이사장은 이후 사재 451억원을 출연하고, 별도로 학생 기숙사 짓는 데 190억원을 지출했다.

전주 상산고는 도교육청 발표 직후 "우리 학교에 대한 도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결과 내용은 형평성, 공정성, 적법성이 크게 어긋나 (재지정 취소를) 전면 거부한다"며 "부당성을 바로 잡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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