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기 성남시 미스터피자 야탑점에서 방문객이 '피자뷔페'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미스터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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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54) 점주는 "점심에 80명 이상 들어온 것 같다. (점심 매출이) 100만원 정도 하면 하루가 편하다"며 "지난 1월 리뉴얼 이후 손님이 늘었다. 지난달 매출이 작년 5월보다 40% 늘어 1억원을 넘겼다"고 말했다.
이 점주는 미스터피자 본사와 협의해 지난 1월 '피자 뷔페'로 바꿨다. 피자를 뷔페식으로 내놓고, 샐러드·음료는 무제한 제공한다. 가격은 성인이 점심 1만900원(평일·주말), 저녁 1만1900원으로 미취학 아동(7900원)이 있는 가구는 3만원이면 주말 저녁 외식을 할 수 있다.
가격만 내린 건 아니다. 매출 중 식재료비(부자재 포함) 비중은 오히려 높였다. 이 점주는 "1억 매출 중에 식재료비로 42%를 썼다. 본사에서 들어오는 식재료 3000만원 외에 과일 등 샐러드와 음료를 따로 사입(점주 구매)해 1000만원어치 썼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경기 성남시 미스터피자 야탑점에서 방문객이 샐러드바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미스터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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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탑역 상권의 변화도 있었다. 이씨는 "근방에서 50평(165㎡) 이상 레스토랑 중 살아남은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며 "길 건너 빕스도 작년에 문 닫았고, 배달 위주의 식당은 대부분 이면도로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규모 있는 '오프라인' 식당이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반사 이익을 챙긴 셈이다. 이씨는 "연인·가족을 포함해 전 계층에서 손님이 늘었다. 특히 점심에서 오후 시간대 중장년층 여성 동년배 모임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마케팅에도 변화를 줬다. 배달의민족·요기요 등 배달 앱 광고를 줄이는 대신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전단 광고지를 뿌렸다. 이씨는 "하루 400장씩 돌렸더니 한 달 뒤에 하루 평균 10팀 정도가 '전단을 보고 찾아왔다"고 하더라"며 "신기할 정도였다. 온라인이 대세라고 해서 무조건 온라인 광고를 늘리는 게 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피자 뷔페'로 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272개의 매장 중 29개의 매장 리뉴얼을 마쳤으며, 올 연말까지 9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훈래 미스터피자 매장재활성화프로젝트팀장은 "기존 매장 리뉴얼은 5000만~6000만원이 들어가지만, 최근 경기 침체로 점주들이 과감한 재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꼭 필요한 부분만 바꾸는 '타깃 리뉴얼'을 진행 중"이라며 "본사와 가맹점이 협의해 최대 2000만원 이내에서 작업하고 있고 이 중 30%가량을 본사가 지원한다"고 말했다. 또 리뉴얼 기간은 1~2일로 단축해 휴점 시간을 줄였다.
미스터피자 본사 관계자는 "리뉴얼을 진행한 매장은 매출이 20~30%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본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4% 감소했다. 또 1년 새 매장 수는 20개 줄었다.
미스터피자의 변신은 사면초가의 다급한 상황에서 비롯됐다. 2016년 정우현 전 회장의 '갑질 사태' 이후 본사는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까지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면 코스닥에서 상장이 폐기된다. 또 갑질 사태 전 430여 개에 달했던 매장 중 40% 문을 닫았다. 본사 관계자는 "매장이 살아야 본사가 살아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리뉴얼을 단행한 이유"라고 말했다. 당시 문제가 됐던 치즈 가격도 내렸다. 본사 관계자는 "현재 치즈 10㎏ 가격은 8만4700원(부가세 포함)으로 2016년(8만7395원)보다 내렸다. 동종업계 평균보다 낮다"고 말했다.
'갑(본사)'과 '을(점주)' 간 다툼이 생존이라는 절박한 상황을 맞아 자연스럽게 사라진 셈이다. 실제로 이동석 점주는 "11년 전 오픈할 때 간판 비용을 3300만원 받던데, 이번엔 1200만원이었다. 본사도 확실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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