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분양 시장
최근 수도권 부동산은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예정된 지역 중심으로 하락세가 눈에 띈다. 광명(경기)·송도(인천)·미아(서울) 등지 입주를 앞둔 대단지 아파트에선 분양가에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이 붙은 매물이 등장했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입주 예정인 경기 광명시 광명동 ‘트리우스광명(광명뉴타운 2구역 재개발)’ 분양권에는 1000만~5000만원의 마피가 붙었다. 전용면적 84㎡의 한 중층 매물은 분양가인 11억1910억원보다 5000만원 낮은 10억6910만원에 매물(네이버 부동산 등록 물건)로 나왔다. 조합원 입주권은 일반분양가보다 1억원가량 싼 물건도 찾아볼 수 있다.
2021~2022년 분양한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송도신도시 신축 아파트에서도 마피 매물이 나왔다. 내년 7월 입주 예정인 ‘힐스테이트레이크 송도 4차’에서는 분양가(8억6000만원)보다 7000만원이나 낮은 매물(전용 84㎡)이 있다.
서울 신축 시장에도 ‘마피’ 매물이 늘고 있다. 내년 11월 입주 예정인 ‘한화포레나 미아’전용 80㎡는 최고 7000만원 마피가 붙었고, 도시형생활주택인 동대문구 신설동 ‘신설동역 자이르네’ 전용 42㎡ 역시 최고 1억6900만원의 마피가 붙어 급매로 나왔다.
수도권에 마피 매물이 등장한 건 우선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주춤한 영향이 크다. KB부동산이 24일 발표한 11월 월간 주택통계(지난 11일 기준)에서도 서울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94로, 7개월 만에 100 아래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향후 부동산 시세의 하락을 예상하는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06% 오르면서 상승률이 지난주(0.06%)와 같았다. 4주 연속 둔화하던 상승 폭은 보합세로 돌아선 것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역세권·신축 등 인기 단지는 매수 문의가 꾸준하지만, 그 외 단지는 대출 규제에 따른 관망세 확산과 매물이 쌓인다”고 말했다.
매물 적체도 심화하고 있다. 20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이날 기준 9만274건을 기록했다. 아실에 데이터를 공개한 2021년 11월 이후 3년 만에 최다 매물 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 아파트 분양·입주권 거래량도 큰 폭으로 줄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분양·입주권 거래량은 8월 150건에서 9월 95건으로 감소했고, 10월에도 79건까지 줄었다.
이른바 ‘입주장 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특정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전셋값이 크게 내리고, 이에 영향을 받은 매매가격도 일시적으로 하락한다는 논리다. 당장 매수자를 찾기도 힘든 상황에 부닥친 투자자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손절매(손해를 잘라버리는 매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당분간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분양가가 처음부터 높게 책정된 영향도 있다. 마피가 등장한 아파트는 공통으로 일반 분양 당시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에 분양가가 매겨져 ‘고분양가’ 논란을 겪었고, 실제 일부 미분양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마피’의 등장이 수도권 전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입지와 주변 시세, 전매제한 적용 여부 등에 따라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분양·입주권도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적어도 연말까지는 매수세 회복이 어려워 일부 단지에서 ‘마피’ 매물 등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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