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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韓 안방까지 침투한 마이크론···대학생까지 입도선매 [biz-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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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韓대학서 '인재사냥'

中이어 美기업도 잇단 인력쟁탈전

고연봉 등 이유 이직 빠르게 늘어

'LCD 기술 추월' 재연 우려도 커

반도체특별법 野반대에 막히고

투자세액공제 연장 등 지지부진

"국내 잔류인재 인센티브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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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D램 시장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국내 대학을 찾아 ‘당일 채용’을 내걸고 반도체 인재 유치에 나섰다. 마이크론은 과거 삼성전자 등에서 일하는 국내 경력직 엔지니어를 주로 스카우트해왔으나 반도체 인재 수급난이 심해지자 학부생에게까지 손을 뻗은 것이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반도체 업계의 인력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건국대와 서울시립대·부산대·경북대 등 일부 국내 대학을 대상으로 다음 달 초중순 채용 설명회를 가진다. 이공계열 졸업 예정자와 석박사 과정 기졸업자가 주요 대상이다. 공정과 품질·장비·설비·생산 엔지니어 등 10개 이상 직무에서 채용이 진행되며 합격자는 대만에 있는 마이크론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다른 이공계 대학에서도 채용 설명회 개최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이 고액 연봉을 받고 마이크론으로 이직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국내 대학에서 대놓고 채용과 행사가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반도체 업계의 평가다. 특히 마이크론은 “사전 지원자에 한해 채용 설명회 전 면접을 본 뒤 당일 한 번의 면접으로 채용을 확정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마이크론은 대만을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마이크론의 타이중 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최초로 5세대 HBM3E를 양산한 곳으로, 핵심 메모리 생산 기지다. 마이크론은 대만 현지 직원을 2000명 이상 늘려 현재 5% 수준인 HBM 시장점유율을 내년에는 2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서 인재 쟁탈전이 본격화하면 가뜩이나 문제인 인재 부족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생까지 대놓고 싹쓸이 하는데…韓정치권은 '킬러 규제'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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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이 한국에서 이공계 대학생 신입 채용에 나선 것은 우리나라의 기술 인재를 빼가려는 인력 쟁탈전이 그만큼 격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중국 기업이 2배, 3배의 연봉을 제시하며 국내 반도체 인재를 빼갔지만 앞으로는 미국 빅테크까지 나서 대졸 인재까지 데려갈 정도로 인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미국 실리콘밸리 등을 돌며 S급 반도체 인재를 수혈했던 한국 반도체 업계가 이제는 인재 수출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반도체 업계 3위 마이크론이 한국 반도체 인재 빼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월 중 실시하는 신입 공개 채용과는 별개로 마이크론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연봉 상향과 자녀의 국제학교 입학, 이주비 지원 등을 내세워 광범위하게 채용 제안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 공장을 준비할 때도 국내 인력들을 대거 흡수했다”며 “대만 공장 증설 시점과 맞춰 한국에서 인재 채용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인재들에게 손을 뻗는 것은 마이크론뿐 아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인텔과 TSMC 등 반도체 제조사들은 지난해부터 미국과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수십조 원을 투입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22~2024년 글로벌 반도체 공장 착공 개수는 71개로 앞선 3년(57개)과 비교하면 24.5% 증가했다. 해당 공장들의 성공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수천 명 이상의 숙련 인력이 필수적이다.

칩 제조사들이 생산 인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면 다른 한편에선 메타와 엔비디아 등의 빅테크들이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연봉을 앞세워 석·박사급 설계 인재까지 싹쓸이 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인재들은 고연봉과 폭넓은 취업 기회,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이유로 빠르게 외국으로 적을 옮기고 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중국 업체들이 오퍼할 경우 심리적 장벽도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빅테크 오퍼의 경우 그런 것도 없어 인재 유출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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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인재 유출의 위험성은 더욱 커졌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일정 수준의 학위를 취득할 경우 자동 영주권을 부여하는 식의 제도를 논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미국 내 대학을 졸업하면 미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자동적으로 영주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민자에게 적대적인 정책을 펼치는 트럼프 정권이 고급 기술 인재에 한해서는 예외를 둘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인재 유출 규모가 커진다면 자칫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인력들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로 유출돼 기술 추월을 허용했던 과거 사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 이미 국내 HBM 기술 인력들이 마이크론으로 이직하면서 국내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 폭이 빠르게 줄어든 사례가 있다. HBM 시장에 가장 늦게 뛰어든 마이크론은 올 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앞서 5세대 HBM 양산에 착수했다. 올 3월 법원이 SK하이닉스에서 퇴직한 HBM 전문가가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것에 대해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반도체 인재들의 ‘글로벌 사냥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도리어 규제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계가 애타게 요구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연장 논의는 야당의 반대에 막혀 전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의 핵심으로 꼽히는 연구개발(R&D) 인재의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에 대해 야당은 “근로시간 문제는 근로기준법 소관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별법 외에도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법안과 다음 달 말 일몰 예정인 국가전략기술 사업화 시설 및 R&D 투자세액 공제 3년 연장 법안에 대한 논의 속도도 더디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입지 매력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젊은 인재들의 국내 잔류 인센티브를 제고할 수 있는 근본적 수준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전략산업 전공생·취업자에게 학비 면제 및 장학금 혜택, 취업 이후 주택청약 또는 소득세 일부 면제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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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김병훈 기자 co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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