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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한국당의 '국회 투쟁'… 떠난 자리엔 쓰레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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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무효' 외치며 국회 점거 / 불발로 회의 끝나자 떠난 한국당 / 물병과 커피캔 종이 등 그대로 두고 떠나

세계일보

국회 본관 5층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 앞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버리고 간 물병과 커피캔 그리고 종이들이 나뒹굴고 있다. 최형창 기자


지난 26일 오후 9시30분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는 평소와 다른 곳에서 열렸다. 국회 본관 220호가 아닌 본관 5층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개의했다. 이날 오후 9시쯤 이상민 사개특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질서유지권은 의장 및 위원장이 회의장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질서위반행위의 제지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이다. 문체위 회의실 안은 위원 18명 중 16명이 참석해 개의할 요건을 갖췄다. 당초 열릴 예정이었던 회의장이 아니다보니 각 위원 앞에는 종이로 만들어진 임시 명패가 붙었다.

야당 의원들의 저지로 표결 가능성이 작아지자 전날 사개특위 위원에 보임된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이석하겠다”며 일어났다. 한국당 의원들의 강력 반발 속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 상정을 강행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지 표결을 붙이진 못했다. 결국 특위는 약 1시간 만에 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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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회의장 밖은 투쟁 열기로 불이 붙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 수십명은 회의장 밖에 앉아 “원천 무효”를 외쳤다. 다른 사개특위 위원인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과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참석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였다. 이들이 참석해 18명 중 11명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동의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설치 법안 등은 일단 본회의까지 순항하게 된다.

패스트트랙 지정 불발로 회의가 끝나자 나 원내대표 등은 안도의 한숨을 쉰 뒤 2층으로 내려가 의원총회를 열었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의 비장한 각오와 단합된 힘으로 오늘 패스트트랙 법안 지정을 막아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떠난 자리에는 고스란히 물병과 커피 캔 그리고 ‘국민사찰 공수처법 즉각 중단하라’고 적힌 종이만 나돌았다. 이는 오로지 국회 청소노동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회의진행 방해를 하는 것도 국회선진화법을 어기는 일인데 투쟁한 뒤 쓰레기를 처리하지 않고 떠난 것에 대해 “매너에서도 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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