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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외교관 만난 청년들 "동남아엔 정말 일자리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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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해외취업 설명회서 "현지어 못 해도 되나" "주거비는" 취준생들 질문 2시간 동안 쏟아져

해외 취업 5783명, 4년새 3배로

"베트남 회사 면접 볼 때 여자라고 불리하거나 그렇진 않겠죠?" 취업 준비생 김모(28)씨가 이렇게 묻자 이재국 주(駐)베트남 대사관 고용노동관은 "베트남어 실력이 가장 중요한데, 여성들이 더 잘하는 경우가 많아서 절대 불리하지 않다"고 답했다.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베트남 회사는 여성들의 근속연수가 높은 편인가요?" "베트남어는 어느 정도 해야 잘한다고 하나요?"

조선일보

23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해외 취업 설명회에서 이재국 주베트남 대사관 고용노동관이 참석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시간 동안 질문이 쏟아졌다.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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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모(28)씨는 "호찌민은 주거비가 비싸다고 들었는데, 지원도 해주는 회사가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중국에서 대학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더라"면서 "한 달 전부터 베트남 취업을 알아보고 다니고 있다"고 했다.

2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고용노동부와 외교부가 공동 주최한 '외교관이 직접 들려주는 해외 취업 이야기' 행사에 참가한 50여명의 취준생은 2시간 가까이 해외 취업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베트남 등 19국에서 근무하는 영사·고용노동관 등 외교관 31명은 쏟아지는 질문을 버거워 할 정도였다. 청년 4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해외 취업을 고민하는 현장이었다.

지난해 해외 취업 5700명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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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지원을 통해 해외로 취업한 청년 수는 5783명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2014년 1679명이었던 해외 취업자 수는 4년 동안 3.4배 늘었다. 정부의 공식적인 해외 취업 지원 프로그램만 따진 것이라 개별적인 해외 취업까지 합치면 더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취업 절벽이 갈수록 가팔라지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 작년부터 이 행사를 마련했는데 올해도 참가 인원 50명이 금방 차서 선착순 마감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해외로 취업하는 청년들의 직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엔 관리직, 사무·서비스 종사자로 취업을 많이 했는데 최근 들어선 판매직, 기능직, 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등 다양한 직종으로 취업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동남아 취업 증가 추세 뚜렷

예전엔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고집했던 청년들이 최근 들어서는 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 등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다. 베트남에 취업한 청년은 2014년 72명이었는데, 지난해엔 5배가 넘는 383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캐나다는 79명에서 86명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해외 취업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현지 진출 한국 기업 취업이 대부분이다. 경기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한국을 떠나 동남아에 자리 잡는 기업이 늘어나면서다. 최근 3년간 베트남 취업자의 92%가 해외 진출 한국 기업, 베트남 한인 기업에 취업했다. 주로 현지인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중간 관리자' 일자리다. 강기성 주(駐)호찌민 총영사관 영사는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많아 한국 취준생들에게 기회가 많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취준생은 "국내에선 아무리 해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면서 "해외로 떠나는 것이 겁나기도 하지만 솔직히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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