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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슈 버닝썬 사태

버닝썬 5년 후... 제보자 김상교 “내가 죽어야 끝나겠다는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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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른바 '버닝썬 사태'의 발단이 된 김상교씨가 2019년 3월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소인 신분으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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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경찰과 클럽 사이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버닝썬 사태’를 촉발한 최초 제보자 김상교(33)씨는 3일 조선닷컴에 “5년 동안 공권력이 내게 죽으라고 하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2018년 11월 24일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을 방문했다가 클럽 관계자들로부터 폭행당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관들은 버닝썬 내부에는 들어가지도 않았고, 폭행당한 김씨만을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게도 폭행당한 김씨는 버닝썬과 경찰 사이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의 주장으로 버닝썬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자 수사로 이어졌고, 클럽 실소유주로 알려진 승리 등은 횡령과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씨도 성폭력처벌법 위반, 업무방해, 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클럽 버닝썬에서 여성 3명을 성추행하고, 클럽 이사 장모씨에게 끌려 나가 10여분 동안 난동을 부려 버닝썬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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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4일 서울 역삼동 클럽 버닝썬 입구에서 경찰이 신고자인 김상교씨를 체포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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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30번 넘는 조사를, 매번 10시간 이상씩 받았다”며 “1심 동안 20번 넘게 재판정에 가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끝날 것 같으면 고소하고, 또 고소하고. 저는 조사와 재판으로 지난 5년을 보냈다”며 “내가 죽어야 끝나겠다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지속되는 재판으로 직장도 다니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압박해 사람을 피 말리게 해서 죽이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지난 5월 김씨는 피해자 1명을 성추행한 혐의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김씨는 “너무나도 억울하다”고 했다.

김씨의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약 한 달여가 흐른 2018년 12월 21일 첫 번째 여성 A씨가 김씨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이 먼저 CCTV 분석으로 김씨의 혐의를 포착해 A씨에게 알렸고, 경찰의 전화를 받은 다음 날 A씨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버닝썬 대표와 오랜 친분을 유지해 온 사이였다.

이후 버닝썬 중국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 B씨가 김씨를 고소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김씨를 폭행한 버닝썬 이사 장씨와 친분이 있는 사이인데, 그의 이야기를 듣고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추행 수사 도중 B씨의 마약 투약 사실과 함께 그가 버닝썬의 마약 공급책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자 새로운 성추행 피해자라는 여성 C씨가 등장했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에는 성추행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C씨 역시 버닝썬 이사 장씨와 친분이 있었다.

대법원은 두 명의 여성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최초 신고자 A씨 사건은 유죄를 확정했다. “김씨로부터 추행을 당한 경위와 내용, 추행 행위 전후의 사정 등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구체적 피해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CCTV 영상 등도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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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교씨의 성추행 혐의 증거로 인정된 CCTV 화면(위), 재판에 증거로 제출된 경찰청 영상분석 결과. /MBC 'PD수첩'


그러나 영상 분석 전문가의 의견은 달랐다.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 소장은 2일 방송된 MBC ‘PD수첩’에 “여성이 뒤를 돌아봤을 때 (김씨가) 피해자의 팔 또는 허리를 감쌌다고 증언했다”며 “(A씨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사이에 사람이 없어서 허리가 보인다. 이 부분에는 사람의 손이라고 볼 수 있는 피사체는 식별되지 않는다”고 했다. 황 소장은 “일부 (신체가) 닿을 수는 있겠으나 감싸 안을 정도의 신체접촉은 없었던 걸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정환 변호사는 “피해자가 그렇게 많은데, 그 당시에는 김씨에게 항의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그 내용이 ‘가슴을 만졌다’ 등 누가 봐도 추행인 상황인데 왜 아무도 신고를 안 했을까?”라고 되물었다. 김 변호사는 “이건 좀 이상하다”며 “버닝썬과 관련된 해야 할 수사는 안 하고, 김씨만 수사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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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일당에게 이른바 '경찰총장'이라고 불린 윤모 총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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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경찰은 수사 인력 126명의 합동수사체제를 구축하고, 56명을 경찰 유착 관련 수사 인력으로 배정했다. 그러나 버닝썬이 아닌 다른 클럽 미성년자 출입 사건 무마 대가로 돈을 받은 경찰관 한 명만 구속됐다. 승리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유착 핵심 인물로 지목된 윤모(54)총경은 뇌물이나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윤 총경은 버닝썬과 관련 없는 일부 혐의만 유죄가 인정돼 벌금 2000만원 형을 받았다. 현재도 경찰직을 유지하고 있다.

역삼지구대에서 김씨를 폭행했다는 의혹을 받은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내사 종결됐다. 김씨가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적절한 의료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경찰관 한 명에게만 ‘불문경고’ 징계를 내렸다.

그동안 김씨는 성추행범이 되었다. 그는 “공권력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지적하고 반기를 든 사람에게 국가가 얼마나 가혹하고 처절하게 괴롭히는지, 부패와 비리를 알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재판이 끝날 때까지 꿋꿋이 버텼다”며 “그래도 꼭 살고 싶었다. 이게 제 마음”이라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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