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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전문가들 “특검 보고서에 ‘트럼프 사법방해’ 유죄 증거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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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로버트 뮬러 특별 검사의 보고서 내용을 왜곡했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 결론을 못 내린 것이 아니라 안 내린 것이라며, 특검이 보고서에 남긴 증거만으로도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했다.

바 장관은 18일(현지 시각) 400여쪽에 달하는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보고서 편집본이 의회와 대중에 공개되기 직전 연 기자회견에서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정황은 포착했지만 기소 판단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모는 없었다(No collusion)"고 거듭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특검이 포착한 그의 사법방해 정황은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정당한 행위였다고도 해명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미 하원 법사위원회에 4쪽짜리 특검 보고서 요약본을 제출하며 특검이 ‘증거 불충분’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힌 그가 거의 전문에 가까운 특검 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말을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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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바(가운데) 미국 법무장관이 2019년 4월 18일 오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보고서가 의회와 대중에 공개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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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전문가들은 즉시 이 차이를 짚어냈다. 레나토 마리오티 전 미 연방검사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기고한 칼럼에서 "400장이 넘는 특검 보고서 전체를 본 지금, 우리는 바 장관이 미국민들에게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와 그의 법적 추론을 의도적으로 오도했다는 것을 안다"며 "이 보고서는 뮬러 특검이 그럴 권한만 있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사법방해 혐의로 기소하고 그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도록 세밀하게 기술돼 있다"고 했다.

뮬러 특검이 현직 대통령은 기소하지 않는다는 법무부의 규정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고 최대한 자세한 증거를 남겨 공을 의회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마리오티 전 검사는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한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지만, 그는 보고서에서 "그렇게 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이 형사 피고인에게 제공하는 ‘절차적 보호’를 받으며 ‘신속하고 공개적인 재판’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평소 교과서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뮬러 특검의 성격이 이번 보고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조쉬 블랙맨 사우스텍사스대학 헌법학 교수는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법방해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면 182쪽에 달하는 관련 내용을 보고서에 포함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 법무부는 역사적으로 삼권분립에 따라 행정부와 의회간 정치적 분쟁에서 거리를 둬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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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8일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보고서 편집본의 일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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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장관이 특검 보고서와 상반되는 주장을 펼쳤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친(親)트럼프 성향인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변호하기에 급급해 스스로 논란의 여지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용한 인물로, 앞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경질로 촉발된 뮬러 특검의 수사가 "대단히 잘못됐다"고 밝힌 바 있다.

브래들리 모스 워싱턴주 국가안보 검사는 "사법방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지 않았다는 바 장관의 설명은 뮬러 특검의 보고서 내용과 정면으로 반대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의 수사를 끝내거나 방해하려고 반복적으로 시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특검에 협조하기로 한 자신의 과거 측근들의 입을 막기 위해 ‘죄를 사해주겠다’는 식으로 제안했다. 사법방해를 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그의 참모들이 막았기 때문에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것은 약해빠진 변론이다"라고 했다.

로리 레븐슨 로욜라법대 교수는 "사실 바 장관이 특검의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돌리기 위해 이 정도까지 노력했다는 게 놀랍다"며 "그의 과거 공직 생활을 고려하면 그가 이럴 때일수록 미국민을 위해 더 솔직하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기한 사법방해 의혹은 △코미 국장에 대한 수사 종결 회유 시도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을 통한 수사 압박 △코미 국장 경질 △뮬러 특검 경질 시도 △세션스 전 장관을 통한 특검 공격 지시 △‘트럼프 타워 회동’ 증거 조작 △세션스 전 장관 복귀를 통한 수사 개입 시도 △특검 편으로 돌아선 전 측근들에 대한 회유 시도 등 10가지다.

뮬러 특검은 보고서에서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대부분 실패했다"며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명령을 이행하거나 요구에 응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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