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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교장 성추행 고발했다 화형당한 방글라데시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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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에서 교장의 성추행을 고발한 여학생이 보복 살해를 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여성은 학교 옥상에서 부르카(얼굴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복장)를 쓴 일당에 의해 불에 타 숨졌다.

18일(현지 시각) BBC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여성 누스란 자한 라피(19)는 지난달 27일 학교 교장의 부름을 받고 교장실로 갔다. 교장은 라피에게 여러차례 불쾌한 신체접촉을 했고 라피는 저항 끝에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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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스란 자한 라피 모습. /BBC


방글라데시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사회적 시선과 낙인이 두려워 일반적으로 성추행을 당해도 밖으로 발설하지 않지만 라피는 용기를 내 교장을 고발했다.

교장은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지만 라피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라피의 고발에 분노한 두 남학생이 교장을 석방하라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순식간에 라피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라피는 용기를 내 학교에 나갔지만 학급 친구의 배신으로 참변을 당했다. 한 친구가 구타를 당하고 있다는 친구의 꾀임에 넘어가 라피는 학교 옥상으로 갔다. 옥상에는 부르카를 뒤집어쓴 4~5명의 일당이 라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라피에게 고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라피가 이를 요구하자 이들은 라피의 몸에 기름을 부은 뒤 불을 붙였다.

라피는 몸의 80%가 화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응급차 안에서 숨졌다. 라피는 이동 중에 자신의 오빠에게 살인범들에 대한 증언을 남겼다. 라피는 "교장이 날 만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싸울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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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스란 자한 라피의 장례식에 참석한 인파.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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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지역뉴스와 SNS를 통해 라피의 죽음이 알려지자 방글라데시 사회는 분노했다.수천 명의 인파가 항의 집회를 열었고 많은 사람들이 라피의 장례식의 참석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소식을 들은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자핫의 가족을 만나 "범죄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현재 라피의 죽음과 관련된 용의자 15명을 체포했다. 그중에는 살인에 가담한 7명, 성추행 가해자인 교장, 그리고 석방시위를 주도한 두 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홍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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