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는 취임 후 현장 중시를 내세우며 열심히 돌아다녔다. 100일간 열린 현장소통 간담회는 12회에 달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탄력근로제, 중소기업 세제지원책 등에 대한 건의를 듣고 정부 입장을 설명한 뒤 후속 대책도 마련했다. 부품산업 활력 대책, 24조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선정, 수출 제고 대책, 12조6000억원 민자사업 연내 착공, 제2 벤처 붐 확산, 수소경제 활성화 계획 등을 줄줄이 쏟아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실제 달라진 게 뭐냐는 싸늘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대책을 되풀이해 발표한 경우가 많고 정작 기조 변화를 주문하는 분야에서는 제대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에서다.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다가 여당 압박에 추진으로 선회한 증권거래세 인하 문제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당정청 협의에서 밀려 꼬리를 내린 사안에서는 경제사령탑으로서 체면을 구겼다. 강하게 부인하던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도 국제통화기금(IMF) 협의단의 권고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미세먼지 대책을 들이밀며 입장을 바꿔 비슷한 모습을 반복했다.
홍 부총리에게 필요한 건 당정청 내부 눈치 보기에 따른 정책 변화가 아니라 시장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 수정과 유연성이다. 혁신성장을 효과적으로 추동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 활력을 회복하는 데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대목이다. 명실상부한 원톱 경제사령탑으로서 리더십과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앞으로 끌어갈 경제정책에는 100일간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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