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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한 번 죽음은 역사의 영원한 꽃으로 피어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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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천 황현의 순국에 감동한 한용운 친필 추모시 첫 공개

문화재청, 3·1운동 100주년 맞아 특별전 '100년 전 그날' 열어

"새 짐승 슬피 울고 바다와 산도 시름거리니/ 무궁화 세상은 이미 망하고 말았네/…/ 글 아는 사람 구실 어렵기만 하구나."

전남 구례의 선비 매천 황현(1855~1910)은 경술국치에 죽음으로 항거했다. 1910년 그가 목숨을 끊으며 남긴 '절명시(絶命詩)'에선 나라 잃은 슬픔과 지식인의 책임에 대한 통감, 선비의 절개가 느껴진다.

조선일보

만해 한용운이 매천 황현의 순국에 감동해 1914년 친필로 쓴 추모시 '매천 선생'. 매천의 유묵첩인 '사해형제' 제10권에 실렸다.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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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의 순국에 감동한 만해 한용운(1879~1944)은 1914년 추모시 '매천 선생'을 친필로 써서 유족에게 전달했다. "의리로써 조용히 나라의 은혜를 영원히 갚으시니/ 한 번 죽음은 역사의 영원한 꽃으로 피어나시네/ 이승의 끝나지 않은 한(恨) 저승에는 남기지 마소서/ 괴로웠던 충성 크게 위로하는 사람 절로 있으리."

문화재청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19일부터 4월 21일까지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제10·12옥사에서 개최하는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 특별전은 황현의 유물로 시작한다. 황현의 '절명시'가 실린 '대월헌절필첩'과 만해의 추모시 친필본이 수록된 황현의 유묵첩 '사해형제(四海兄弟)', 황현이 안중근 의거 및 재판 과정 등 신문 기사를 스크랩한 '수택존언(手澤存焉)'이 나왔다. 황현의 후손이 처음 공개하는 자료다.

온몸이 아릴 정도로 칼바람이 분다. 독립운동가들이 갇혀 핍박당한 서대문형무소 옥사가 전시장이다. 일제가 주요 감시 대상 4857명 신상을 정리한 '일제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도 볼 수 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북한 지역 3·1운동 수감자와 여성 수감자의 활동 상황도 소개한다. 박경목 역사관장은 "3·1운동 관련 수감자 985명을 분석한 결과 20대가 39.29%로 가장 많았고, 30대(22.74%), 40대(15.13%), 10대(12.79%), 50대(7.31%), 60대(2.74%)까지 전 연령대가 고루 참여했다"며 "평민 85.25%에 양반 14.75%, 직업은 학생, 종교인, 농민, 고물상, 마차꾼까지 80여 직종이 참여했을 정도로 신분·계층도 다양했다"고 했다.

임시정부 관련 유물도 나왔다. 조소앙(1887~1958)이 독립운동과 건국 방향을 정리한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 등록문화재로 예고된 이봉창 의거 관련 유물을 볼 수 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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