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12월 국민연금 제도개편안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개편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국가지급보장의 명문화,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확대,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의 구축, 기금운용의 수익성 제고 필요성에 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제도의 개편이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고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국민의 절반정도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 개편방안에 관해서는 국민들 대부분이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이나 덜 내고 덜 받는 방안보다 현재의 제도유지를 선호하고 있다.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4개의 정책조합을 대안들로 제시하는 역할만 하고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국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국민의 노후안정과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에 관해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국민들의 의견이 수렴되는 정치적 과정이 진행될 것이다.
국민들의 강제저축제도인 국민연금이 현행제도를 유지하면서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도 확대하고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연금제도의 딜레마인 국민의 노후안정과 국민연금의 재정안정 사이의 균형점을 국민연금 제도개혁을 통해서만 찾으면 답을 얻기 어렵다. 다층연금체계 틀 속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한다면 사회적으로 보다 바람직한 개선방안이 도출될 수 있다.
우리나라 고령화의 충격은 고령자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세대의 공동 부담 없이는 한 사회가 온전히 흡수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심대하다. 이런 점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제시하는 5층 연금체계의 틀 속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민연금 제도 개편과 연계해 사적연금의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사적연금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퇴직연금 자산이 2018년말 기준으로 약 200조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8년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적립금이 640조임을 고려할 때 퇴직연금은 국민들의 노후소득보장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 중요성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퇴직연금 자산의 91%가 원리금보장상품인 정기예금으로 운용되다 보니 평균 운용수익률이 1.88%에 불과해 퇴직연금이 노후보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퇴직연금 저수익률 고착화를 타파하기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와 같은 필요성을 인식해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법안을 국회에 이미 제출했고 국회는 관련 입법을 서두를 필요성이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에서 기금간의 경쟁을 활성화해 국민들의 노후보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자산배분 의사결정이 어려운 근로자를 대신해 전문가가 결정해서 운용해 주는 디폴트옵션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앞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호주의 수퍼에뉴에이션 제도에서도 디폴트옵션은 기금간의 경쟁구도를 강화하는데 있어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어느 기금이 선택될까 하는 문제는 디폴트옵션의 수익률 비교를 통해서 답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담당하는 부처가 각기 다르다 보니 정부가 국민의 입장에서 연금제도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접근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부처 사이의 칸막이를 걷고 국민입장으로 돌아가서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종합하는 시각에서 각각의 하부 연금제도들을 바라보는 변화관리를 도입해야 한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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