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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또는 ‘가자 전쟁’이 일어난 지 1년이 넘었다. 말이 전쟁이지 실제는 400일 이상 진행되는 집단 학살이다. 이스라엘 군 폭격 등으로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인이 4만 명 넘게 사망했다. 하루 평균 백여 명이다. 이 배후에는 미국 등이 수출하는 살상 무기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을까. 수출한다면 얼마나 보낼까.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은 지난 10월 7일, 마침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의 응답이 있었다.
이재정 국회의원: “혹시 우리나라가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하고 있나요?”
조태열 외교부장관: “아니죠. 그건 왜 물으시나요?”
이재정 국회의원: “왜 묻는지를 떠나서 아시는 바대로 대답하시면 됩니다.”
조태열 외교부장관: “제가 아는 한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2024년 10월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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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조태열 장관의 발언을 검증하기로 했다. 우선 유엔이 공개하는 국제무역 데이터베이스인 '유엔 컴트레이트(UN Comtrade)'를 검색해봤다.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하지 않는다는 조태열 장관의 국회 발언 진위는 몇 번의 클릭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말은 거짓이다. 외교부장관이 국회에 나와 허위 답변을 한 것이다.
유엔 컴트레이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가자 전쟁 발발 이후에도 이스라엘에 계속 무기를 수출해왔다. 이스라엘이 유엔 통계국에 제공한 데이터는 자국이 무기를 수입한 나라와 수입 규모를 보여준다. 가자 전쟁이 일어난 2023년 10월부터 2024년 9월까지 1년간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한 나라를 집계한 결과 미국이 압도적 1위, 한국은 8위를 차지했다. 최소 900,000달러 규모다. UN의 국제무역 데이터베이스인 유엔 컴트레이드는 누구나 접속해서 검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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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외교부에 그 이유를 물었다. 외교부 대변인실은 “가자 지구 사태 이후 무기 수출 사례는 없으며, 더욱 엄격히 통제・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항은 방위사업청에 문의하라는 답변만 남겼다.
국제사회, 이스라엘과 무기 거래 중단 요구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가자 지구에서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다. 확인된 사망자만 4만 3천여 명이다. 국제 사회와 여러 해외 매체는 이를 제노사이드로 규정한다. 인종, 종교 등이 배경에 깔린 집단 학살이란 의미다.
지난 11월 8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 희생자 가운데 70%가 여성과 미성년자로 나타났다. 병원, 학교, 주택과 같은 필수 인프라 대부분이 파괴됐고, 물과 식량, 의약품 부족으로 주민들은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은 이미 올해 초에 가자 지구가 ‘인도적 재난 수준’에 도달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 4월 5일,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 중단 결의를 채택했다. 9월 18일, 유엔 총회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불법”이라며 신속한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이스라엘에 무기, 군수품 등 관련 장비를 제공하거나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지원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았고,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의 자결권과 평화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협력할 것을 강조한다.
세계 주요 국가도 속속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영국은 9월 2일 이스라엘에 수출하는 무기를 제한한다며 전투기와 헬기, 드론 부품을 포함한 군수 장비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을 중단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0월 5일 언론 인터뷰에서, “가자 지구 전투에 사용하는 무기 공급 중단”을 촉구했다. 캐나다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중단을 결정했다.
이와 같은 국제적 흐름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국제사회의 입장과 결정사항을 존중하고 있으며, 관계법령에 따라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개별 수출 허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한국 정부, 무기 수출 데이터 잇달아 감추기 급급
가자 전쟁 이후에도 한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한 사실은 한국 측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10월부터 12월까지 이스라엘에 HS코드 93에 해당하는 ‘무기총포탄과 이들의 부품과 부속품’ 814,000달러를 수출했다. 2024년 1월부터 4월에는 SITC 코드 891에 해당하는 ‘무기 및 실탄’ 품목 471,000달러가 이스라엘에 수출되었다. (HS코드와 SITC코드는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물품 분류 방식의 종류다.) 최소 128만 5천 달러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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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이렇게 무기 데이터 공개 기간이 국가별로 차이가 나는 이유를 유엔 컴트레이트 측에 문의했다. 유엔 측은 한국 데이터가 한국 관세청 요청으로 비공개 처리됐다며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한국 데이터는 데이터 제공자의 요청에 따라 최근 업데이트됐습니다. 유엔 컴트레이드(UN Comtrade)의 데이터는 공식 데이터가 수신되는 대로, 즉 데이터 제공자가 데이터를 보내오는 대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됩니다. (...) 데이터 업데이트 계획 및 일정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는 경우 한국 관세청(데이터 제공자)에 직접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 한국 무기 수출입 통계 데이터 관련 유엔 컴트레이드(UN Comtrade)의 답변 (2024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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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밀주의 장막 뒤에서 방위사업청은 2023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이스라엘 정부 소유 또는 이스라엘 군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가자 전쟁에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이스라엘 방산업체들과 각종 계약을 맺고 있다.
한국 방위사업청은 이스라엘 방산업체와 계약 지속
방위사업청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따르면, 가자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10월 7일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스라엘 방산업체인 라파엘(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과 4건,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와 2건, 엘타 시스템즈(ELTA Systems)와 1건의 계약을 완료했고,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주요 계약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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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 국제 평화를 위한 책임 위배
이미 국내에 국제 평화와 국가안보를 위해 무기 수출을 제한하는 법규가 여럿 존재한다. 대외무역법에 따른 전략물자의 수출입통제 관련 규정은 “전략물자 등에 대한 허가는 해당 물품 등이 평화적 목적에 사용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가한다”고 명시한다. 방위사업법 시행령은 “국제 평화ㆍ안전 유지 및 국가안보를 위하여 필요하거나 전쟁ㆍ테러 등과 같은 긴급한 국제정세 변화가 있는 경우” 방산물자(무기)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한국은 2013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무기거래조약(ATT, Arms Trade Treaty)’ 가입국이기도 하다. 이 조약은 해당 무기가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민간인 대상 공격 등과 같이 전쟁 범죄 및 국제 인도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으면 무기 수출을 금지한다.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은 무기거래조약(ATT)을 위반하는 행위다.
그럼에도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로 이전까지 공개하던 무기 수출입 데이터마저 완전히 비공개하고, ‘수출 허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뉴스타파 오나영 zer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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