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글쓰기 원포인트 레슨]목차와 요약의 차이를 유념하고, 몇 가지 핵심을 포함하라
▲백우진 글쟁이㈜ 대표 |
리더는 문서 자료를 스스로 요약하기보다 구성원이 요약한 보고를 받는다. 그러나 핵심요약문이 어떻게 작성되어야 한다는 내용인 이 글의 본론을 활용하면 앞으로 자신에게 올라오는 핵심요약문이 개선되도록 지시할 수도 있다. 요약이 제대로 작성되고 보고되는 조직은 효율과 집중력이 몇 차원 향상된다.
또 이 글의 독자는 리더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 글을 활용해 리더에게 올리는 보고서의 앞에 핵심요약문을 잘 작성해 붙인다면 리더로부터 역량을 인정받게 된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 우선 요약이 상당 기간 훈련을 거쳐야 터득 가능한 고도의 사고 활동이라는 점부터 설명한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플라잉 낚시가 공통 취미인 삼부자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아버지는 스코틀랜드 혈통 목사다. 형제 중 첫째 아들을 홈스쿨링으로 가르친다. 과목은 단 하나, 긴 글을 읽고 요약하기다. 검약을 중시하는 스코틀랜드 전통에 부합하는 훈련이다.
이 홈스쿨링 장면은 유튜브에서 영화 제목
이런 공부는 종합적인 지적 계발에 매우 효과적이다. 글을 압축하는 것은 분량을 줄이는 단순 작업이 아니다. 여러 페이지의 글을 한 장으로, 한 장을 한 문단으로 추리려면 선택하고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내용을 구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무엇이 줄기이고 무엇은 가지이며, 무엇은 잎인지 정보를 층위에 따라 재구성해야 한다. 그 다음 함축적인 서술을 하려면 본문에 없거나 본문에 있는 단어보다 상위 범주의 단어를 불러와야 할 때가 있다. 이 작업에는 범주적 사고가 필요하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교육법
아름다운 몬태나에서 펼쳐지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원작은 노먼 매클린의 자전적 소설이다. 압축하기 한 과목으로 공부한 매클린은 시카고대학 영문학 교수가 된다. 이 교육 방법이 뛰어남을 보여주는 사례다. 공부에서 업무로 돌아오면, 업무용 요약하기는 난도가 높다.
국내 대학의 한 국문학 교수는 지난해 일간지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이 영화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뒤, “대학생을 대상으로 문장 줄이기 연습을 해보니 효과가 작지 않았다”는 경험을 들려준다. 그는 그런데 요약 방법과 관련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서술을 했다. 즉, “학생들은 결국 마지막 한 문장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요약은 줄이고 줄여서 마지막에 한 문장으로 추출하는 작업이라고 읽힐 소지가 있다.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는 글은 드물다. 핵심요약문도 층위를 지녀야 하고, 원문이 3단 구조라고 할 때, 전체 내용을 한 문장에 압축하기란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다.
‘무슨 요약이 그렇게 어렵다고. 이제 직접 하지 않아도 되잖아?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초벌을 맡기고 결과를 다듬으면 되니.’독자 중 상당수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AI는 코딩과 문서 작성, 번역 외에 긴 문서나 책을 순식간에 잘 요약한다는 반응이 많으니, 그런 생각을 할 만하다. 그러나 AI의 요약은 아직 완성도가 일정 수준 이상에 이르지 못했다. AI가 요약을 잘 하더라는 평가는 요약 기법을 정확하고 깊게 숙달하지 못한 사람들 중심으로 이루어져 퍼지고 있다.
배경 설명이 길었다. 이제 보고서와 그 보고서를 AI가 추린 핵심요약문을 살펴보자. 보고서 원문은 LG경영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AI와 인간의 공존 시대, HR의 역할’이다. 서론의 끝은 “인간과 AI의 공존이 다가온 지금, 바람직한 HR의 역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마무리된다.
제목과 내용이 동일한 문장이다. 본론의 목차는 셋이고 각각은 ‘AI와 공존을 위한 조직 체계 모색’과 ‘인간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HR은 인간 구성원과 AI가 공존하게 될 미래 조직을 대비해야’이다.
◇AI는 ‘요약’보다 ‘목차’에 가깝게 추린다
필자가 요약을 부탁하자 챗GPT는 다음 문단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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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요약]이 보고서는 AI 기술의 발전에 따른 HR(인사 관리)의 역할 변화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특히 생성형 AI가 직무 수행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HR은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를 대비해야 하며, 조직 구조, AI 활용 역량, 인간의 역할 변화 등을 고려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AI와 협업하는 다양한 조직 운영 사례를 소개하고 있으며, AI 시대에도 인간의 창의성과 도덕적 판단 능력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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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이 문단은 잘 압축된 요약문인가?
‘그렇다’ 또는 ‘아니다’를 선택했다면 다음 질문에 순차적으로 답변해보자.
Q2. 이 문단과 이 보고서의 목차를 문장으로 바꾼 문단은 얼마나 차이가 나고 무엇이 다른가?
Q3. 이 문단에서 목차보다 더 깊숙이 들어가 집어 담은 알맹이를 찾아보시오.셋째 질문에 대한 답은 ‘인간의 창의성’과 ‘도덕적 판단 능력’이다. 보고서를 3단 구조로 정리했을 때, 이와 같은 핵심 알맹이 중 알짜를 몇 개 담아야 핵심요약문이 된다.
이 문단에 ‘인간의 창의성’과 ‘도덕적 판단 능력’마저 없었다면 이는 목차를 문장으로 풀어낸 결과일 뿐 요약문의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 종합 평가하면, 이 문단은 핵심요약문보다는 목차에 더 가깝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모범 대안을 보아야 독자께서는 수긍할 수 있다. 필자는 보고서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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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요약]미래 조직과 구성원은 날로 발전하는 AI와 어떻게 협업해야 할까. 조직 체계로는 ‘COE 지원구조’ 등 네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더 중요해지는 인간의 역할로는 AI가 작업한 결과의 감수 등이 꼽힌다. HR 부문에서는 교육훈련 체제를 AI에 맞춰 재편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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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목차마다 대표적인 알맹이를 하나씩, 즉 ‘COE 지원구조’와 ‘AI가 작업한 결과의 감수’ ‘교육훈련 체제를 AI에 맞춰 재편’을 예시했다. 이로써 보고서의 3단 구조를 다 담아냈다.
◇‘목적’이나 ‘취지’는 ‘핵심’이 아니다
현장에서 핵심요약문 형식으로 작성된 문단을 보면, ‘목적’이나 ‘취지’를 담은 내용이 많다. 다음 문단이 그런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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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관 보고서의 요약 문단] ○ 본관 옥상구조물은 방수층 노후화로 방수력 저하 등 구조물 주수가 예상되고 있어, 이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 방수공사를 시행할 계획이며, ○ 이와 함께 기후 온난화로 인한 여름철 냉방 에너지 사용량 급증에 대응해 쿨루프 공사를 병행 시공함으로써 냉방 효율을 높이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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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 기관의 장이다. 이 문단을 보고 결재할 수 있나? 사전에 이 사안을 속속들이 파악하게 된 드문 경우가 아니라면 그러지 못한다. 보고서 본문을 넘겨가며 내용을 확인한 연후에야 사인을 하거나 추가 검토를 지시할 수 있다. 어떤 핵심이 누락됐을까? 총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비용을 철거와 방수, 쿨루프로 나누면 각각 얼마나 필요한지가 없다. 또 공사 기간도 빠졌다.
이렇게 반문할 독자도 계시리라. ‘보고서가 부실해도 공사만 제대로 하면 되지 않나?’ 그렇지 않다. 이 보고서의 경우 핵심요약문은 물론 본문도 내용이 충실하지 않았고, 결국 쿨루프 예산은 삭감됐다. 핵심요약문은 문서에 보기 좋으라고 넣는 구색 요소가 아니다. 정보 보고가 아니라 결재를 받아야 하는 보고서일 경우, 핵심요약문 내용만 읽고도 의사결정자가 오케이 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여기서는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내용 전달형 보고서일 경우, 핵심요약문에 알맹이를 잘 담아 작성할 경우 본문이 읽히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는데, 그럼 본문 작성에 기울인 노력이 아깝지 않나?’
핵심요약문과 본문은 갈등 관계다. 요약을 잘할수록 본문은 덜 읽힌다. 그렇다고 해서 본문이 불필요하진 않다. 보고서를 읽는 사람에 따라 지식과 관심의 폭과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요약으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 자신에게 필요한 본문을 들춰볼 터이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의사결정권을 쥔 고위직들에게 인정받기 좋은 기회가 있다. 최종 의사결정권자에게까지 올라가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다. 그런 경우 핵심요약문에 공을 들이자. 본문(예컨대 10페이지)으로 넘어가지 않은 채 핵심요약문 한 페이지만으로도 결재할 수 있을 경우, 그는 자신의 시간과 두뇌에 부담을 줄여준 당신의 이름을 눈여겨보게 마련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백우진 글쟁이(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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