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쪽 “재임용 탈락, 객원은 해촉” 거론 협박
결국 비대위 해체…학장 “실질적 위협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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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교과목 통폐합 논란을 빚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이번에는 교과목 개편을 문제 삼는 교수들을 상대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압력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경희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은 교과목 개편을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재임용 탈락과 해촉 등을 거론하며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수차례 압력을 가했다. 경희대 교양교육기관인 후마니타스칼리지는 강의 구조조정을 거쳐 2019년도 1학기부터 ‘우리가 사는 세계’(우사세)와 ‘시민교육’ 등 인문학 두 과목을 ‘세계와 시민’이라는 하나의 과목으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가 사는 세계’ 교수들이 학교의 일방적 개편 통보에 반발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학교 쪽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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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교수들은 학교의 막무가내식 교과개편에 항의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자체 공청회를 준비 중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해 12월 학교 쪽은 서울캠퍼스 후마니타스 학장을 내세워 회유와 협박을 시작했다. 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전임은 재임용에서 탈락시키겠다’ ‘객원은 바로 해촉시키겠다’ ‘총장실에서 인사 조치를 할 것이다’라는 학장 쪽의 지속적인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비대위원 6명은 모두 비정년 전임교수이거나 객원교수로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이었다. 결국 비대위는 학교 쪽의 이 같은 위협이 있은 지 20여일 만인 지난달 13일 공식 해체됐다.
이와 관련해 비대위 관계자인 ㄱ교수는 “이 학장은 말하자면 비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는 비대위 교수들의 지위를 이용해 비대위 활동을 압박했다”고 강조했다. ㄱ교수는 “(비대위 교수들은) 우사세를 8년 동안 가르쳐온 이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과목 통폐합을 통보받은 데 이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문제 제기도 못 하고 소외된 것이다”라며 “소통, 참여, 정의를 내세우던 경희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에 참담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비대위 관계자인 ㄴ교수와 ㄷ교수도 “학장이 해촉과 재임용 탈락 등을 거론하며 비대위 교수들을 협박을 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ㄴ교수는 “비대위 교수들이 우사세 통폐합과 관련해 관계자들을 모아 자체 공청회를 개최하려 하자 학장의 협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재임용과 강의 배정을 빌미로 한 위협에 못 이겨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한명이 돌연 사퇴하면서 결국 비대위는 해체됐다”고 설명했다.
비대위가 무력화할 때까지 학교가 비대위 소속 교수들에 대한 강의 배정을 미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ㄴ교수는 “비대위 교수 6명 가운데 사퇴하지 않은 나머지 비대위원 4명에게는 다음 학기 수업 배정이 계속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ㄴ교수는 또 “다른 교수들의 경우 지난해 12월19일에 강의 배정 공지가 있었다. 그런데 비대위에 남았던 일부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시간표가 공개되기 불과 이틀 전인 지난달 6일에야 강의 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ㄱ교수도 “비대위에 참여했던 교수들은 비대위가 제압당한 뒤,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2명이 사퇴하고 모두가 부들부들 떨 때가 되어서야 강의 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영준 학장은 협박 사실을 부인했다. 이 학장은 “학교의 교과 개편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던 것은 사실이고 그런 상황에서 말이 오간 것도 맞지만 실질적인 위협이 될 만한 조치는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비대위 교수들과는 후마니타스 출범 초기부터 동고동락한 사이”라며 “사석에서 ‘자꾸 공청회를 열고 그러면 학교에서 어떤 식으로 (조치)할 수밖에 없다’는 말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강의 배정이 뒤늦게 이뤄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비대위 교수들 중 일부는 끝까지 학교의 교과 개편을 반대하는 듯 말했다. (새로운 과목으로의 통합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하기 싫은 강의를 억지로 줄 수는 없으니, 일단 그분들을 뒤로 빼놓고 행정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압력 행사가 총장실과 연계되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총장실과는 아무런 관계 없는 일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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