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루·간디家 막내 프리얀카, 제1야당 지역 사무총장 맡아… 집권당 "왕조 정치의 연장"
초대 총리와 그 딸, 손자가 모두 총리에 올랐던 인도의 대표적인 정치 가문인 네루-간디 가문에 23일 새로운 '간디'가 나타났다. 인도 제1 야당인 국민회의당(INC)은 당 대표인 라훌 간디의 여동생 프리얀카 간디(47)가 인도에서 가장 큰 주(州)인 우타르프라데시의 동부 지역 사무총장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이 가문에선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1947~1964 재임)와 외동딸 인디라 간디(1966~1977, 1980~1984 재임), 손자 라지브 간디(1984~1989 재임) 등 3명의 총리가 나왔다. 이들이 속한 국민회의당도 사실 네루 총리 이후 이 집안이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지브 간디 전 총리가 1991년 유세 중 살해된 뒤, 그의 아내 소냐 간디와 아들 라훌이 당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가문 이름의 '간디'는 비폭력 운동의 상징인 마하트마 간디와는 무관하다. 간디 밑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페로제 간디(Ghandy)가 그에게 감명받아 자신의 성(姓) 영문 표기를 마하트마와 같은 간디(Gandhi)로 바꿨고, 이후 네루의 딸 인디라와 결혼했다.
프리얀카는 이 가문이 오는 4~5월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제1당 인도인민당(BJP)을 무너뜨리기 위해 꺼낸 마지막 '간디 카드'다. 프리얀카가 선거를 지휘할 지역인 우타르프라데시는 인구 2억명에 의석 80석이 걸려 전체 총선 결과를 결정짓는다.
프리얀카는 당 대표인 오빠 라훌보다 훨씬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녔고 연설도 잘해, 두 차례 총리를 지낸 할머니 인디라를 빼닮았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집안 유세만 돕는 연설을 했다.
프리얀카가 이번 총선에 직접 출마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집권당인 BJP는 비상이다. BJP 대변인은 "라훌 혼자 안 되니까 동생까지 끌어들였다"며 "한 집안이 좌지우지하는 정당과 왕조 정치의 연장"이라고 비난했다.
인디라 간디 전기(傳記)를 쓴 언론인 사가리카 고세는 언론에 "인도 정치에서 '여성 간디'는 인디라 전 총리의 신비로움이 따라붙는 강력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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