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UPI통신은 마닐라 신문을 인용, 필리핀 라구나 주(州) 산 페드로 시에 있던 일본군 성노예 소녀상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철거됐다고 전했다.
필리핀 라구나 주(州) 산 페드로 시에 있던 일본군 성노예 소녀상이 설치 이틀 만인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철거됐다. /마닐라 신문 |
청동 소녀상은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자비로운 성모마리아 노숙인 쉼터’ 앞에 28일 설치됐다. 설치 이틀 뒤인 30일 오전 주 마닐라 일본 대사관은 "세계 각지에 소녀상이 설치되는 것에 극도로 유감"이라며 "일본 정부와 양립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성명을 냈다. 같은 날 인부들이 와서 소녀상을 철거해 산 페드로 시장의 사저로 옮겼다.
소녀상은 ‘자비로운 성모마리아 노숙인 쉼터’의 양해도 없이 철거된 것으로 드러났다. 쉼터 소속 수녀들은 "소녀상이 철거되기 전에 어떤 사전 설명이나 통보도 없었다"며 "우리도 뭐가 어떻게 됐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마닐라신문에 전했다.
필리핀 정부 대변인은 철거된 소녀상은 "평화와 여성 인권이라는 단순한 의미의 조형물이었다"며 "정부는 철거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매체 아시아원은 "소녀상 공개식 당시 한국의 과천시장도 참석했다"며 "소녀상의 모델은 전쟁 중 성노예로 고초를 겪었던 19세 한국 여성"이라고 전했다.
UPI 통신은 필리핀 인프라 건설의 중요한 돈줄인 일본의 압력에 필리핀 정부가 소녀상을 철거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 활동가 릴라 필리피나는 2일 일본 정부를 향해 "전쟁 범죄를 완전히 잊고 침묵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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