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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말레이시아, ‘1MDB 비리 연루’…골드만삭스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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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골드만삭스와 2명의 전직 직원 증권법 위반으로 기소

채권 발행 중개하며 허위 정보를 정부와 투자자에 제공한 혐의

쟁점은 회사의 조직적 개입 여부, 11월 이후 주가 27% 하락



한겨레

말레이시아 정부가 전임 나집 나작 정권 때의 국영펀드 ‘1MDB’를 둘러싼 대형 비리에 미국의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연루됐다며 이 회사와 전 직원 2명을 기소했다. 골드만삭스는 ‘조직적 관여’는 부인하지만, 11월 이후 주가가 27%나 폭락하는 등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말레이시아 법무부는 17일 1MDB의 거액 횡령 사건과 관련해 골드만삭스의 자회사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과 이 회사의 전직 직원 팀 레이스너 및 로저 움을 증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당국은 이들이 2012년 5월부터 2013년 3월까지 65억달러(약 7조3500억원)어치의 1MDB의 채권 발행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27억달러를 유용하기 위해 정부와 투자가들을 속이는 허위 문서를 작성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토미 토머스 말레이 법무장관은 골드만삭스가 “채권 발행 주관사로 최고 수준의 책임감을 가져야 했지만 실제는 이와 거리가 멀었다”고 말했다. 이들에겐 최장 10년의 금고형과 막대한 벌금이 구형될 전망이다.

미국 법무부도 11월 초 말레이 당국이 이번에 기소한 골드만삭스 전 직원 2명을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 공여를 금지하는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 가운데 레이스너는 “채권발행 수수료 6억달러를 챙기려고 뇌물을 제공했다”며 관련 혐의를 시인한 상태다.

1MDB는 부동산 개발과 발전소 운영 등의 목적으로 나작 전 총리 집권 때인 2009년 만든 국영 투자회사다. 그러나 2015년 45억달러 이상의 천문학적 돈이 나작 총리 등의 계좌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불거져 초대형 스캔들로 발전했다. 올해 93살의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는 이 의혹을 집중 추궁해 지난 5월 재집권에 성공했고, 미국·싱가포르·스위스 등 6개국과 얽힌 이 사건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남은 문제는 골드만삭스의 조직적 개입 여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최고경영자가 2009·2013년 이번 사건에 깊게 연루된 사업가 조 로우와 2차례 면담했다며 조직적 개입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14일 “블랭크파인은 금융위기와 그 후에 골드만삭스를 이끌며 최고 이익을 갱신하고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퇴임 뒤 상황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의혹을 “골드만삭스가 창사 이래 휘말린 가장 큰 금융 사기”라고 꼬집었다.

이번 기소로 골드만삭스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달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골드만삭스에 속았다. 수수료 반환을 요구한다”고 말했고, 말레이시아 당국은 수수료 6억달러와 부정 유용된 27억달러를 합친 33억달러를 벌금으로 부과하겠다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기소에 대해 “잘못된 것이다. 단호히 싸우겠다”고 밝혔지만, 17일 주가는 2.8% 추가 하락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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