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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시진핑 "상상할 수 없는 거친 파도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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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개혁방안 언급 안해…"발전의 길 선택권 존중해야"...트럼프의 노선 변경 요구 반박
美 겨냥 "내정간섭 약자 깔보기 안돼...개혁개방 기적의 성취 중국인 노력 덕" 종전 입장 반복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경축 행사 연설에서 구체적인 개혁개방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새로운 개혁개방을 선언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 응답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깬 것이다.

대신 "미래에 상상할 수 없는 거친파도와 맞딱뜨릴 수 있다", "정당한 권익을 절대 포기 하지 않겠다", "자신의 의지를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며 타국의 내정 간섭과 강자임을 믿고 약자를 깔보는 것을 반대한다" 등 발언으로 미국발(發) 도전에 대응하는 듯한 강한 결의를 보였다. 개방을 확대하고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종전의 발언도 반복했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한 1시간 30분에 걸친 연설에서 개혁개방 40년의 성과를 일일히 수치를 들어 ‘기적’이라고 자평하면서도 "중국이 미래에 이런 저런 리스크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험과 도전을 각각 5차례 언급해 빈도가 많지는 않았다. 지난해 시 주석이 행한 19차 당 대회 보고에서 위험과 도전은 각각 9차례와 7차례 언급됐다. 하지만 경고 수위는 낮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시 주석은 40년 전 이날 개막한 11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계급투쟁을 끝내고 개혁개방의 큰 막을 열었다며 덩샤오핑(鄧小平)이 이끈 개혁개방과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업추진을 공산당 창당(1921년),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1949년)과 함께 5.4운동(1919년) 이후 중국 3대 역사 사건이자 근대 이래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을 위한 3대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개혁개방 40년간 경제가 연평균 9.5% 성장해 같은 기간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 2.9%를 웃돌았다고 언급하는 등 교역, 외자유치, 대외투자, 1인당 가처분소득, 빈곤인구, 도시화율, 기대수명 등의 수치 변화를 들며 성과를 자평했다. 국내총생산(GDP), 외자유치액, 상품소비 규모가 세계 2위에 이르고, 제조업, 상품교역액, 외환보유액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사실도 거론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현대 공업체계를 구축했다고도 했다.

그는 중화민족이 일어서고, 부유해지고, 강해지는 위대한 비약을 맞이하고 있다며 자신이 최고지도자가 된 18대(2012~2017년) 이래 1600여건의 개혁조치가 이뤄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중국 관영 CCTV는 18일 개혁개방 40주년 경축행사를 생중계했다. /중국 관영 CCTV 캡처


시 주석은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중국이 갈수록 세계 무대의 중앙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공인하는 세계평화 건설자, 글로벌 발전 공헌자, 국제질서 수호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은밀하게 힘을 기름) 유훈을 너무 빨리 깨고 샴페인을 터뜨린 탓에 미국의 견제 강도가 커졌다는 일각의 우려에 신경쓰지 않는 발언이다.

시 주석은 "40년의 성취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다른 사람이 시혜를 베푼 덕분도 아니다"며 "중국인의 근면, 지혜, 용기로 수십년만에 선진국이 수백년간 이룬 공업화를 완성했다"고 종전의 발언을 반복했다. 중국 인민의 손에서는 불가능도 가능이 됐으며 이런 기적에 대해 비견할 수 없는 자부심을 갖는다고도 했다. 중국 경제 성과가 미국의 희생 위에 얻어졌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적에 대한 반박을 되풀이한 것이다.

시 주석은 그러나 현재 중국이 가파른 산길에 있는 형국이라며 갈수록 어렵고 위험하고, 전진하지 않으면 후퇴하기 때문에 전진하지 않을 수 없는 때에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많은 배들이 앞다퉈 경쟁하는 시대에 절대 자만해서도, 과거 방식에만 매달려서도, 결단을 주저하거나 방황해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반드시 견지해야할 9가지로 당의 모든 업무 영도, 인민 중심, 마르크스주의 지도적인 위상,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 중국 특색사회주의 제도 보완 발전, 발전 첫번째 과제로 중시, 개방 확대,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 변증 유물주의와 역사 유물주의 세계관 및 방법론을 꼽았다.

시 주석은 책임있는 대국의 역할을 발휘하고 개방 확대를 견지해 인류운명공동체를 계속 구축하고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다자무역체제를 지지한다면서, 각국 인민의 발전노선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의지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고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여해 강자가 약자를 모욕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미국도 중국이 택한 발전의 길과 정당한 이익추구를 존중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종전 발언과 맥이 닿는 대목이다.

시 주석은 발전을 첫번째 과제로 여기는 것을 반드시 견지해야 한다며 경제, 과학기술, 국방실력과 종합국력을 전면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이 제1 동력이라는 이념도 견지해야 한다며 혁신 드라이브 발전 전략을 시행하고, 핵심 기술 자주혁신을 가속화해 경제 사회 발전의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정부가 기술탈취 수단이라며 중단하라고 지목한 ‘중국 제조 2025’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같은 혁신 발전 전략을 지속하겠다고 한 것이다. 시 주석은 다른 나라 이익의 희생을 댓가로 발전하지 않는다면서도 정당한 권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종전의 입장도 반복했다.

민영기업의 불안감을 의식한 듯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를 보완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대목에선 한치의 흔들림 없이 공유제 경제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며, 비공유제(민간 및 외자) 경제를 격려, 지지, 인도 발전시키겠다는 종전의 언급을 되풀이했다.

중국 위협론을 의식한 듯 방어적인 국방정책을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발전이 어느 국가에도 위협이 되지 않고, 중국 어느 수준의 발전에 이르더라도 영원이 패권을 칭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조국의 완전한 통일에 중화민족의 근본이익이 있다며, 국가 주권과 영토의 안정을 지킬 결의와 강대한 능력이 있고 조국의 신성한 영토는 한치도 떼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당의 영도 수준과 집정능력을 높이도록 보완해 개혁개방의 배가 정확한 방향으로 파도를 헤치고 앞으로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대한 꿈은 기다린다고, 외친다고 오지 않는다며 목숨걸고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신앙, 중국 특색사회주의에 대한 신념,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과 중국의 꿈 실현에 대한 신심을 주문하고 세계가 괄목할만한 새롭고 더 큰 기적을 창조하자고 말을 맺었다.

시 주석의 연설에도 중국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오전장에 1% 이상 빠진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오후 들어서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진행한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경축 행사에서는 시 주석의 연설에 앞서 개혁개방에 공헌한 걸출 인사 100명에 대한 표창장 수여식이 진행됐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 텐센트 회장, 리옌훙 바이두 회장 등 중국 인터넷 3인방을 비롯해 기업인과 당⋅정⋅군⋅학계 등의 인사(고인 포함)들이 선정됐다.

조선일보

1978년 12월 11기 3중전회에서 결정한 개혁개방 노선을 담은 공보를 게재한 인민일보 /인민망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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