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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빌 게이츠와 컴퓨터산업 뒤바꾼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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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해 세계 컴퓨터 산업을 바꾸고 이후엔 자선사업가로 명성을 날린 폴 앨런이 혈액암으로 별세했다. 앨런은 정보기술(IT) 산업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문화예술, 의학, 스포츠, 미디어 등에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어서 각계에서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했다.

15일(현지시간) 폴 앨런 유족과 그가 운영한 투자사인 벌컨은 성명을 통해 "폴 앨런이 비호지킨림프종(혈액암의 일종)으로 투병하던 중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공식 확인했다. 앨런의 여동생 조디 앨런은 "많은 사람이 그를 기술자이자 자선가로 기억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더 없이 사랑받는 형제이자 특별한 친구였다"고 회고했다.

폴 앨런은 2009년 앓던 악성림프종(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림프 조직에 생긴 종양)이 재발했다고 2주 전에 밝힌 바 있다. "강력하게 병과 싸우겠다"며 병이 재발했음을 밝힌 후 보름 만에 사망 소식이 알려진 것이어서 그의 지인과 시애틀 지역 유력 인사들은 충격을 더했다.

특히 빌 게이츠는 "가장 오래되고 소중한 친구인 앨런을 잃게 돼 가슴이 아프다. MS 창업부터 자선 사업에 이르기까지 폴은 진정한 파트너이자 사랑하는 친구였다. 퍼스널 컴퓨터는 그 없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또 "그는 한 회사를 시작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시애틀과 전 세계 사람들 삶을 개선하고 지역사회를 사랑했다. 나는 그를 대단히 그리워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앨런과 빌 게이츠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 시애틀 북부 레이크사이드 사립학교에 다니면서 컴퓨터와 영화에 빠져 친하게 지냈다. 이후 게이츠가 하버드대, 앨런이 워싱턴대(University of Washington)로 진학하면서 떨어졌지만 '컴퓨터'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 후 둘 다 대학을 중퇴하면서 다시 의기 투합해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했다.

빌 게이츠가 3학년 때 하버드대를 그만둔 것도 함께 창업하자는 앨런의 권유 때문이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 이름을 지은 것도 앨런이었다. 컴퓨터 마우스에 버튼 두 개를 채택한 것도 폴 앨런 아이디어였다.

세계 최대 컴퓨터 회사 IBM이 운영체제로 MS '윈도'를 채택하면서 MS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가 됐고 앨런과 게이츠는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앨런은 1983년까지 MS 부사장 겸 연구개발·신제품 책임자로 일하다 그해 처음 림프종이 발견되면서 회사를 떠났다. MS 주식을 팔지 않고 MS를 떠난 것이 이후 자선 활동과 사업의 발판이 됐다.

누이 조디 앨런과 함께 투자회사 벌컨을 세운 후 MS는 게이츠에게 완전히 맡긴 뒤 자신은 과학기술, 미디어, 부동산, 스포츠 등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앨런은 올해 8월 기준으로도 MS 주식을 포함해 자산 202억달러(약 22조8000억원)를 보유한 세계 100대 부자이기도 하다.

그의 업적은 다양한 곳에 퍼져 있다. 뇌과학 연구를 위한 앨런연구소를 만들었고 인공지능(AI) 연구에 힘을 쏟았으며 야생 보호, 환경 보존, 예술 진흥을 위해 2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시애틀의 명물 팝 문화 박물관(Museum of Pop Culture),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 스트라토론치(Stratolaunch)도 그의 개인 재산으로 만들어 졌으며 모교 워싱턴대에도 막대한 기부를 통해 미국 서부 지역 명문 대학으로 끌어올렸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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