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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매경춘추] 달팽이도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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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같은 사물을 다르게 보는 분들이 있다. 시인들이 그렇다. 미당은 국화꽃을 '내 누님 같은 꽃'이라고 봤고, 안도현은 연탄재를 '뜨거웠던' 사랑의 증표로서 새롭게 해석했다. 안현미는 바퀴벌레를 '거짓말을 타전하는' 가족 같은 벌레로 의인화했다. 새롭게 봐야 좋은 시가 나온다.

사업가들도 그렇다. 같은 사물이나 현상을 다르게 해석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분들이다. 결론적으로 사장님들은 머리가 좋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 삼성의 이병철 회장 모두 '사업 머리'가 좋으신 분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도 마찬가지다.

한 달에 한 번 글로벌 강소기업 쎄미나('글쎄')를 열고 있다. 성공한 사장님들을 두 분씩 모시는데, 다산네트웍스의 남민우 회장, 옴니시스템의 박혜린 회장 등 지금까지 모셨던 12명의 CEO들 모두 예외 없이 '사업 머리'가 좋으신 분들이다. 남들이 그냥 지나쳤던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고 끈기 있게 밀어붙여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사업은 쉽지 않다. 경영 환경이 변하고 고객은 변덕스럽다. 남처럼 따라 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요즘처럼 인터넷과 기술의 변화가 빠른 시대엔 더욱더 그렇다. 중소벤처기업과 자영업의 경우 스스로 비즈니스모델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혁신하기가 벅차다. 공공섹터에서의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비즈니스모델이란 "어떻게 가치를 포착하고 창조하고 전파하는지 그 방법을 논리적으로 설명한 것"이다(오스터왈더 & 피그누어, '비즈니스모델의 탄생', 2011).

비즈니스모델의 혁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늘도 계속된다. 그 길을 모르면 낙오하기 십상이다. 무교동 북어국, 풍년제과 초코파이에는 차별화된 뭔가가 있다. 제록스는 1959년에 처음으로 장당 복사비를 청구하는 복사기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그라민은행은 빈곤층과 소외계층을 위한 소액대출 비즈니스모델을 새롭게 창출했다. 온라인 소비와 모바일 결제의 증가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크게 늘고 있다. 달팽이 중에서도 뛰는 놈이 있다. 그래야 산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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