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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방위비 분담금 또 꺼낸 트럼프 "끔찍한 군사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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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돈을 내질 않는다"… 외교결례 논란 하루만에 또 압박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각)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 "끔찍한 군사 협정(horrible military deal)"이라고 말했다. 전날 "미국의 '승인(approval)' 없이 한국이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주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고, 다음 날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과거 끔찍한 무역협정을 갖고 있었다"며 캐나다·멕시코와의 재협상을 언급했다. 이어 갑자기 "솔직히 끔찍한 군사협정도 있다"며 "우리는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부유한 나라를 지켜주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를 지켜주지만, 그들은 돈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바뀌면 미국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기다려보라. 그것은 다른 세상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정 개정을 자랑하다가 사회자가 묻지도 않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꺼낸 것은 트럼프의 다음 타깃이 방위비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입장차 여전…16~17일 '끝장 회의'

2014년 타결된 '제9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2014~2018년 적용)은 올 12월 31일 종료된다. 내년 이후 분담금에 관해선 한·미 양측이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 중이다. 양국은 올 3월부터 7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총액·유효기간·연(年) 증가율 등 주요 쟁점에서 여전히 입장 차가 크다. 미측은 전략폭격기 등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도 한국이 분담하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주요 쟁점들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패키지식'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쟁점별로 양보를 주고받으면서 입장 차를 좁히겠다는 뜻이다.

외교부는 이날 "제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 체결을 위한 8차 회의는 오는 16~17일 서울에서 열린다"며 "필요 시 회의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연말까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번 회의를 협상의 분수령으로 보고 사실상 '끝장 토론'을 예고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측 협상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로 우리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약 2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한국의 분담금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올해 분담비는 9602억원이다. 우리 정부는 방위비와 별도로 주한미군 평택 험프리스 기지 확장 비용(107억달러)의 92%도 부담했다. 작년 11월 방한 당시 이곳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놀라운 군사시설이고, 굉장히 많은 돈이 들었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미국도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지출했다"고 했다.

◇트럼프 "폼페이오, 환상적 스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에 관해선 "우리는 북한과 전쟁으로 가고 있었지만 알다시피 지금은 관계가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 협상을 이끄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환상적이다. 그는 스타"라고 했다. 트럼프 특유의 자화자찬성 발언이지만, 전날 강경화 외교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에 '미국의 승인'을 언급하며 날을 세웠던 것과는 대비된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 간 대북 인식차를 조율해야 한다"고 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현재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 문제에서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지 않다"며 "한국은 지금 북한이 하는 말에 약간의 의심을 더 갖고, 덜 낭만적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실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균열을 일으키려는 북한의 전통적 전술에 휘말렸다"고 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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