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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北은 평양회담 후에도 NLL 부정하는데… 文대통령 "北, NLL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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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합참의장은 인사청문회 때 "NLL은 피로 지킨 경계선"

文대통령, 합참의장 보직신고 받으며 "계속 피로 지킬 수 없는 것"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서해 NLL(북방한계선)은 피로써 지켜온 해상경계선으로, 우리 장병들이 지켜왔다는 게 참으로 숭고한 일이지만 계속 피로써 지킬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박한기 신임 합참의장으로부터 보직신고를 받은 자리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은 더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일관되게 NLL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참은 북한 측이 남북 함정 간 통신에서 자기들이 주장해온 해상경계선인 '경비계선'을 계속 주장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북, 군사회담서 NLL 불인정

문 대통령은 "북한이 판문점부터 이번까지 정상회담에서 일관되게 NLL을 인정하면서 NLL을 중심으로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공동어로구역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 및 평양 정상회담 공동 선언문에 '북방한계선 일대에 평화수역을 만든다'는 표현이 들어 있는 것은 맞는다. 하지만 북한은 4월 정상회담 이후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6·7월)이나 군사실무 회담(9월)에선 일관되게 NLL 대신 북측 경비계선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평화수역을 NLL과 NLL 남쪽에 있는 경비계선 사이에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NLL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등면적 수역을 설치하자고 한 우리 측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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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이날 합참 국감에서 "합참은 북한이 7월부터 NLL을 인정하지 않고 경비계선을 강조하고 있다고 비공개 보고했다"고 밝혔다.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은 '7월 이후 남북 장성급회담 등이 열린 이후 북한이 NLL을 무시하는 공세적 활동을 한 것이 맞느냐'는 백 의원의 질의에 "통신상으로 그런 사항에 대한 활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7월 5일부터 9월 28일까지 총 21회에 걸쳐 함정 간 국제상선 공용통신망을 통해 '북 경비계선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발언과 합참 보고 내용이 다른 것이 논란이 되자 합참은 이날 오후 "오늘 합참 비공개 보고에서 언급된 내용은 지난 7월 이후 서해상 최전선 지역 함선 간의 통신과 관련한 사례를 설명한 것으로, (정상회담) 군사분야 합의서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평화수역과 공동어로수역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이기식 전 해군 작전사령관은 "NLL을 잘 아는 해군 출신들은 평화수역과 공동어로수역이 설정되면 NLL은 사실상 무력화되고 우발적인 무력충돌 위험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본다"며 "북한군 부업선이 민간 어선으로 위장해 조업하는 것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장관은 "피로 지킨 선"이랬는데

문 대통령은 이날 "NLL이란 분쟁의 바다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듦으로써 남북 간 군사 충돌을 원천적으로 없게 했다"고 했다. NLL 일대에서 실제 남북 간 충돌이 일어났던 것은 맞지만, 우리 스스로 '분쟁의 바다'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두 차례의 연평해전(1999·2002년)과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등은 북한의 의도된 도발로 일어난 것이지, 일반적 분쟁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NLL이 다툼의 여지가 있는 해상경계선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NLL을 영토선, 해상경계선으로 사수해 왔는데 통수권자가 그런 표현을 쓰면 북한에 다른 주장을 펼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정경두 국방장관은 지난달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NLL은 피로 지킨 경계선"이라며 "직(職)을 걸고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박 신임 합참의장도 지난 5일 NLL에 대해 "우리 군이 피로 지켜온 선"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NLL을 지킬 것이고 존중돼야 할 실질적인 선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어떤 경우에도 NLL을 지킬 것"이라는 언급을 한 합참의장의 보직신고를 받는 자리에서 군 통수권자가 "계속 피로써 지킬 수는 없는 것"이라고 언급하면 우리 군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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