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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야스쿠니 신사 최고책임자, 日王 비판했다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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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참배안해… 神社 망치려해"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의 최고 책임자인 고호리 구니오(小堀邦夫) 궁사(宮司)가 아키히토(明仁) 일왕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6개월 만에 사퇴했다.

일본에서 일왕은 신과 같은 존재로 그에 대한 비판은 극도의 금기에 속한다. 일본 궁내청(宮內廳)의 야마모토 신이치로(山本信一郞) 장관은 11일 고호리 궁사가 일왕 비판에 대해 '사죄'하며 사퇴했다고 밝혔다.

고호리 궁사는 내년 건립 150주년을 맞은 야스쿠니 신사의 궁사로 올해 초 취임했다. 그 후 야스쿠니 신사의 발전을 위해 '교학(敎學)연구위원회'를 만들었다. 고호리 궁사는 지난 6월 이 위원회 첫 모임에서 10여 명의 직원 앞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 후 한 번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사실을 비판했다. '주간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고호리 궁사는 "일왕이 열심히 위령(慰靈)의 여행을 하면 할수록 야스쿠니 신사는 멀어져 간다. 위령 여행으로 어디를 방문하든지 그곳에 혼은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 "확실히 말하자면 현 일왕은 야스쿠니 신사를 망치려 하고 있다"고도 했다.

아키히토 일왕이 야스쿠니 참배는 하지 않고 사이판을 비롯해 중국, 필리핀 등 과거 일본 제국주의가 일으킨 전쟁으로 피해를 본 곳을 다니며 위령의 여행을 해 온 것을 비판한 것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에도 2005년에 참배하며 일본 우익과는 거리를 둬왔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고호리 궁사는 내년 5월 즉위하는 나루히토(德仁) 왕세자 부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지금 일왕이 참배하지 않는데, (나루히토) 왕세자가 즉위 후에 과연 참배할까. 새롭게 왕비가 되는 그녀(마사코 왕세자비)는 신사(神社), 신도(神道)를 엄청나게 싫어한다"고 했다.

고호리 궁사의 발언은 당시 회의 참석자에 의해 녹음된 뒤, 주간 포스트가 이를 입수해 보도했는데 일본 극우 세력을 대변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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