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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계엄 문건, 대선 이튿날 정부 공식 문서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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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국감서 뒤늦게 확인돼

청와대와 여권이 '쿠데타 실행 문건'으로 지목했던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 관련 문건 2건이 작년 대선 이튿날인 5월 10일 정부 문서를 공식 등록하는 온라인 시스템에 등재됐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자유한국당은 "기무사나 당시 군부가 쿠데타를 모의했다면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문건을 정부 문서로 등록했겠느냐"면서 "당시 기무사가 쿠데타를 모의한 게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10일 국방부에서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작년 기무사가 정부 업무 처리 전산화 시스템인 '온나라 시스템'에 등재한 문건 목록을 공개했다. 행정자치부가 관리하는 온나라 시스템은 정부 문서 결재 업무를 온라인 처리할 수 있고 의사 결정 과정도 기록·보관된다.

이 목록에 따르면 기무사는 작년 5월 10일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생산(건의)'과 계엄 관련 '대비 계획 세부 자료 생산(건의)' 문건을 온나라 시스템에 올렸다. 두 문건을 비밀문서로 생산(등록)해야 한다는 제안서였다.

조선일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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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문건은 기무사가 작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는 지난 7월 5~6일 8쪽짜리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문건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7월 20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67쪽짜리 '대비 계획 세부 자료' 문건 내용 중 일부를 공개했다. 여권은 이를 사실상 '친위 쿠데타 실행 문건'이라고 규정했다. 이후 대통령 지시로 군·검 합동수사단이 발족해 지금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동안 기무사 관계자들은 해당 문건들에 대해 "탄핵 판결 후 극단적인 치안 불안 상황을 가정해 작성됐다"면서 "쿠데타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해 왔다. 또 "계엄 관련 훈련에 참고하기 위해 '훈련 비밀'(2급)로 보관해 왔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비밀 등록 과정이 비정상적이고 내용에 비밀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반박해 왔었다.

이날 국감에서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국방부 해명이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송영무 장관 시절 국방부가 철저하게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해당 문건이 온나라에 등록돼 있는지 여부를 몰랐다"며 "다만 비밀 문건을 등록하는 '보안나라' 시스템에 등재가 안 돼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등록된 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백 의원이 "기무사는 보안나라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자 국방부는 다시 "몰랐다"고 해명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이 문제는 합동수사단에서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측은 "기밀이었던 계엄 문건이 청와대 대변인과 군인권센터에 전달돼 기자회견이 이뤄진 과정에 불법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사안을 키울 목적으로 해당 내용을 공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밀을 노출했다는 것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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